한밤중의 아이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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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이후에도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츠지 히토나리의 이야기입니다. 한동안 잊고 지냈었는데 정말 우연찮은 기회에 그의 신작 소식을 듣고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호스트와 호스티스로 일하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렌지'가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그의 부모는 그에게 이렇다 할 사랑을 준 적이 없습니다. 어머니는 본래 남편이 있지만 도망쳐 나와 다른 남자와 살고 있죠. 방치도 이런 방치가 없습니다.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아 호적도 없습니다. 남의 자식도 아닌데 이렇게 내버려 둘 수가 있다니, 보면서 정말 부아가 치밀었습니다. 결국 렌지는 그렇게 방기(放棄) 되어 어른들의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밤중에 집 근처 유흥가를 전전합니다. 그렇게 "한밤중의 아이"라는 별명도 얻게 되죠.


그래도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런 부모와는 다르게 동네의 어른들은 렌지를 여러 모습을 챙겨 줍니다. 관할 파출소의 경찰 '히비키'. 순찰을 하다 우연히 만난 후 렌지의 상황을 알게 됩니다. 계속 그가 눈에 밟히던 그는 자신의 은사님이 마침 교감으로 있는 것을 활용해 호적이 없어도 학군 초등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애를 씁니다.  노숙자 '겐타'. 비록 노숙을 하지만 번듯한 집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면서 렌지에게 직접 잡은 장어를 맛있게 구워주고 힘들 때 렌지에게 자신의 집에서 씻고 잘 수 있도록 거처도 제공해 줍니다. 소프랜드에서 삐끼로 일하던 '이시마'.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았는지 아니면 렌지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인지, 자신이 지니고 있던 부적을 건네줍니다. 식당 [데노고이] 사장 '야스코'. 이시마의 소개로 자신의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는 데 렌지를 동원하게 됩니다. 그렇게 안면을 튼 야스코는 손주 또래보다도 더 어린 렌지를 "내 고양이"라 부르며 살뜰히 챙깁니다. 주점을 운영하던 '헤이지'. 함께 캐치볼도 하며 렌지에게 아버지 품과 같은 따스함을 줍니다.

이처럼 정작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주변의 어른들이 부모보다 훨씬 따스하게 그를 품습니다. 렌지가 유흥가에서 마치 길고양이처럼 새벽에 홀로 돌아다니면서도 살아남고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어른들 덕이 아닐까요? 이렇게 상반되는 부모와 주변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그에게 다른 아이들처럼 의무교육이라도 받게 해주고 싶었던 히비키의 노력은 안타깝게도 갑자기 일어난 비극적 사건으로 멈춰버리게 됩니다. 그 일 이후에도 렌지에게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과연 렌지는 자신이 꾸던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이야기를 읽으며 자연스레 그의 인생을 응원하게 됐습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서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알 수 없었던, 아니 어쩌면 알려고 조차하지 않았던, 부모에게 버려지거나 부모와 같이 살더라도 여러 사정으로 방치된 아이들의 현실을 이야기를 통해서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 속의 렌지가 그러하듯 아이들은 너무나 외롭고 고독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고 지금도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나마 그런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나카스의 어른들이 렌지에게 그러했듯이, 우리가 그들에게 마음을 나누고 손을 내밀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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