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짐바르도 자서전 -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으로 20세기를 뒤흔든 사회심리학의 대가
필립 짐바르도 지음, 정지현 옮김 / 앤페이지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각해 보면,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서전을 잘 읽는 편은 아닙니다. 다른 책들이 더 눈에 들어오다 보니 자연스레 멀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달랐습니다. 바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과 '깨진 유리창 이론'의 주인공(?)의 자서전이었기 때문입니다. 해당 실험과 이론에 대해서는 대학 강의 시간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충격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그럼에도 정작 해당 실험을 수행한 학자에 대해서는 기억이 없다니 참 아이러니한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열악한 환경 때문에 가난뿐만 아니라 질병과도 싸워야 했던 필립 짐바르도. 그 힘든 시절 속에서 어느새 어른의 방법, 자기암시를 익혀 외로움과 우울함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 몇 번의 큰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유대인, 마피아, 흑인, 푸에르토리코인. 이것이 그가 받았던 오해들입니다. 이런 오해로 왕따를 당했고, 학교에 입학하지 못할 뻔하였습니다. 정말 안타까웠던 것은 그를 향한 오해가 단순한 추측이었거나 굉장히 지엽적인 정보에 근거한 판단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라도 오해가 풀려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그런 오해들이 비록 그의 인생을 뒤흔들기는 했지만, 완전히 회복 불가능한 나락으로 떨어뜨리지는 못했습니다. 그는 그런 차별을 겪으며 좌절하고 포기하기 보다, 그것을 발판 삼아 더 노력하고 담금질하는 계기와 원동력으로 삼았습니다. 그렇기에 오늘날의 그가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책은 녹취록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다 보니 필립 짐바르도의 기억에 의지하고 있고, 해당 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기에 굉장히 개인적일 수 있습니다. 또, 자서전인 만큼, 필립 짐바르도의 업적이나 활동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한계를 충분히 감안해서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입을 통해 교도소 실험에 대해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참 무섭고 비인간적인 실험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 말미에 실린, 해당 실험에 대한 비판에 그가 답한 내용을 봐도 제 생각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더군요. 교도소 실험 이후, 피험자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바뀐 실험 환경이나 심리학계의 성향을 그는 아쉬워합니다. 실험을 중시하는 그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이 되지는 않습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에 대해서도 기대하고 있었는데, 다뤄지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 책을 보지 않았다면, 아마 그의 우려대로, 그는 제게 단지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의 감독관'으로 남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책을 통해 그가 '인간을 변하게 만드는 상황의 힘을 믿고 인간의 본성을 끊임없이 탐구했던 사람'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