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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2년 11월
평점 :
저자의 이름만으로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희망의 끈>의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가 제게는 바로 그런 힘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이죠.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저는 우연히 그의 소설을 하나 읽게 되었고 그 이후 그의 이야기에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그가 일본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여담으로, 오래전 정말 재밌게 보았던 <비밀>이라는 영화의 원작 소설도 저자가 썼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비밀>은 그동안 읽었던 그의 작품과 결이 많이 달랐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비록 원작 소설까지 읽은 것은 아니라, 그저 제 착각일 수도 있지만요. 아무튼 이번에 그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책은 결코 얇지 않지만 그 두께를 신경 쓸 겨를 따윈 없을 정도로 책장을 넘기기 바빴습니다. 이번에도 그의 이야기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독자를 집중하게 만드는 그의 이야기 전개는 참 놀라운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지진으로 생때같은 두 아이를 잃은 부부. 그들은 너무 괴로웠지만 절망에만 빠져있을 수 없었기에, 다시 한번 아이를 가지기로 결심하고 체외수정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비슷한 시기에 체외수정을 시도하던 다른 부부의 수정란이 잘못 이식되는 심각한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맙니다. 의사들의 자진 신고로 그들은 뱃속의 아이가 자신들의 아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너무도 아이를 원했던 부부는 친자 확인 검사 없이 아이를 그냥 낳아 기르기로 결정합니다. 반대로, 수정란이 바뀐 사실을 까맣게 모르던 본래 수정란의 주인 부부는, 이번에도 체외수정에 실패하자 서로 합의하에 갈라서게 됩니다. 그렇게 남편과 헤어지고 혼자 카페를 꾸려나가던 여자가 갑자기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한편, 이 사건을 조사하던 형사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가 살아있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병세가 심각해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경찰이 카페 주인 살인 사건을 수사하면 할수록 범인의 윤곽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치정이나 금전적 관계는 보이지 않고, 피해자 주변인들은 하나같이 그녀가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말할 뿐입니다.
과연 누가 그녀를 살해했고, 그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요?
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쫓는 것이 주요 줄거리지만, 그 사건이 전부는 아닙니다. <희망의 끈>은 그 사건과 얽히게 된 가족과 개인들의 이야기입니다.
누군가는 평범한 삶을 지루하다 생각합니다. 보다 특별한 하루를 꿈꾸죠.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하루를 동경하고 희망합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다 하나씩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조금씩의 결핍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그들이 바란 것은, 결코 대단하거나 어마어마한 것들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인생에서 오랜 기간 함께하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이미 제게 주어진 것, 제가 가진 것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물질이든 무엇이든 상관없이 말이죠. 가족, 친구 같은 제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 소유하고 있는, 주변에 있는 여러 존재들이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님을, 그것이 있음에 감사함을 되새기는 시간이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