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의 뇌과학 - 움직임은 어떻게 스트레스, 우울, 불안의 해답이 되는가
캐럴라인 윌리엄스 지음, 이영래 옮김 / 갤리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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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 격차 문제를 제외하고 전체 총량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우리 인류는 문명 발생 이후 가장 풍족한 시기를 살고 있다 하겠습니다. 그런 만큼 우리 인간은 자신의 건강에 그 어느 때보다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고, 그것을 지키고 개선하고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웰빙", "힐링" 등의 용어가 등장하고 관련 문화가 크게 유행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움직임의 뇌과학>은 우리가 움직여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는 책입니다. 걷기가 어떻게 정신 건강에 도움을 주는지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움직이는 방향이 우리의 사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내 몸이 앞으로 가는 움직임은 앞으로의 일, 반대로 뒤로 가는 움직임은 지난 일, 즉 과거에 대한 사고와 기억을 보다 집중적으로 불러일으킨다고 합니다. 실험 결과는 심지어 실제 행동에 옮기지 않고 움직이는 듯한 이미지를 본 후 상상만 하더라도, (아마도 미래, 과거 등에 대해) 생각하는 내용에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이런 원리에 기반하여 걷기(보통 우리는 앞을 향해 걸으니 방향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가 가장 치명적인 정신적 문제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우울증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울증의 여러 요소 중 가장 위험한 요소가 바로 '과거의 기억을 곱씹고 그것에 대해 분석까지 해가며 점점 실망과 좌절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전진하는 움직임이 우울증 속 어둡고 탁한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우리를 멀어지도록 해줌으로써 우울증 증상 완화 및 극복에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책에 소개된, 마라톤 선수이자 코치로 활동 중인, '마커스'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전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힘을 주지." 정말 앞으로 갈 수 없는 것이라기보다는, '나는 그럴 수 없다'라는 생각이 내 몸을 옭아매고 있는 것 아닐까요. 바로 '움직임'이 그런 부정적 정신 상태를 건강하게 바꿔줄 수 있는 힘이라 하겠습니다. 이처럼 저자는 책에서 움직임이 우리의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것에 대한 최신 연구들뿐만 아니라, 그런 이론을 직접 실천하여 몸소 그 결과를 보여준 사람들이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앞서 말한 마커스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입니다.


8장 [휴식의 기술] 속 한 내용도 기억에 남습니다. '휴식'하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누워서 쉬는 모습을 가장 먼저 머릿속에 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휴식이 꼭 정적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가장 중요한 점으로 꼽았습니다. 이는 바로 '정신의 휴식'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잠시 걱정을 잊고, 스트레스가 이완되며, 스스로가 충전되었다고 느낀다면, 비록 그것이 몸을 많이 움직이는 '행동'이더라도 휴식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걱정이나 생각이 많아질 때가 있습니다. 물론 생각난 김에 그것에 대한 해결책이나 결론을 내는 것도 중요하고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친 단계로 접어들었다 싶으면, 앞으로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소소한 집안일(해야 할 집안일이 없는 순간은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외면할 뿐 늘 거기에, 우리가 해주기를 바라며 가만히 앉아있다고 생각합니다.)이라도 당장 해야겠습니다. 만약 직장이라면 당장 컴퓨터 앞을 벗어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몇 층이라도 계단을 오르내려 제 머리에 새로운 산소를 공급해 줘야겠습니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말 그렇다면,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요? 작은 움직임으로도 우리의 정신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다면,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당장 일어나세요!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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