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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평점 :
<개미>, <뇌>, <나무>, <파피용> 등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프랑스의 천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모르는 분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도 물론 그를 알고 있지만, 솔직히 그의 이 시리즈,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됐습니다. 지난 출간본보다 훨씬 더 풍부한 내용으로 돌아왔다는 소개를 보고 기대가 더욱 커졌습니다.
사실 책 이름부터 특이합니다. "상대적"과 "절대적"은,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인 상대평가와 절대평가에서 알 수 있듯이, 서로 정반대의 개념을 가지고 있는 단어입니다. 아마도 이렇게 '서로 비교되거나 대조되는 지식'과 그렇게 '비교하거나 상대될 만한 것이 없는 절대적인 지식'을 가득가득 담은 알찬 사전이란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책 이름을 보니 문득 약 3년 전 재밌게 봤던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 생각났습니다. 최근에는 비슷한 계열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이라는 프로그램도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당신이 혹하는 사이" 같이 우리 주변 혹은 세계 곳곳의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는 재밌고 흥미로운 때로는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해 주는 콘셉트의 TV 프로그램이 부쩍 많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수요(인기)가 많아졌기 때문이겠죠?
이 책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시리즈가 훨씬 먼저 시작되었지만 개인적으로 위의 프로그램들을 먼저 접했기에 순서가 바뀌어버렸네요. 저자는 역사와 과학, 신화는 물론 게임과 연금술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자료를 모으고 적어온 글인 만큼, 정말 다양한 분야에 걸쳐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책은 [죽음]을 시작으로 마지막 [기타]에 이르기까지 총 12장 700여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영혼의 무게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에 관한 영화까지 만들어졌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이 실험에 의해 밝혀졌던 것이라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그 실험이 100년도 더 된 실험이고 실험 대상이 고작 6명뿐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후 영혼의 무게를 측정하고자 했던 실험이나 연구가 이뤄진 것이 정말 아예 없는 것인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비록 많은 관심을 받았거나 과학적으로 크게 성공했던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그것을 실제 실행한 연구자의 실험정신은 높이 사고 싶습니다.
13세기 일본의 진선종이라는 불교 종파의 이야기도 생각납니다. 장기가 그대로 몸 안에 있고 외부로부터 어떠한 방부처리도 없이 자연 미라화된 승려들 이야기입니다. 저자도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는데, 보면서도 정말 사실인지 믿기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이렇게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미스터리가 우리 주변에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증후군에 대한 소개도 기억에 남네요. 우리 사회에서도 몇 번 등장했던 애니멀 호더를 이르는 '노아 증후군', 병에 걸렸다는 표현이 맞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그 증세가 기억력 상승이라는 '타골라 증후군', 자신의 미의 기준에 완벽히 부합하는 예술품을 보면 발열, 홍조, 현기증, 심하면 졸도하기까지 한다는 '스탕달 증후군' 등 다양한 증후군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심령술을 통해 온갖 유명인들의 영혼과 프랑스어로 대화를 나눴다는 빅토르 위고의 이야기, 모성 본능이 정말 말 그대로 본능인지, 수수께끼로 알아보는 체제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교훈, 인간이 시련에 직면했을 때 보이는 세 가지 반응에 대한 한 생물학자의 주장, 신뢰의 부재로 초래되는 비극 죄수의 딜레마 현상 등도 흥미로웠습니다.
저자가 소개해 주는 온갖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내용에 웃음이 절로 나기도 생각이 많아지기도 합니다. 평소 같으면 아예 생각조차 못 했을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보니 그만큼 제 세상이 넓어진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지식 백과사전 시리즈는 계속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이 너무 지루하거나 너무 힘들 때, 아니면 그냥 갑자기 생각날 때마다, 즉 언제든 어디를 펼치더라도 그의 이야기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