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 코너스톤 초판본 리커버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하나 옮김 / 코너스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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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은 수차례 들어왔지만 실제로 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우연찮게도 같은 이름으로 모 방송국에서 드라마가 방영 중인 것을 알게 되었는데, 드라마를 보지는 않아 제목만 같은 것인지 아니면 이 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 관련된 내용의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책은 주인공 오바 요조가 자신의 삶에 대해 털어놓는 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오바 요조는 딱히 모자랄 것이 없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의 방치 속에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그럼에도 그는 순수함을 잃지 않았지만, 오히려 자신의 그 타고난 순수함 때문에 세상에 제대로 섞이지 못합니다. 그는 정말 태연하게도 남을 속이는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극히 두려워하지만, 결국 그들과 완전히 관계를 끊어낸 채 살아가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인간과 세상을 동경하고 그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철저히 그들을 속이기 위한 연기를 처절하게 펼쳐나가게 됩니다. 자신의 모습과 정반대의 가면, 즉 캐릭터를 만들어 살아가는 것이죠. 심지어 매일 한 공간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는 가족까지 속이는 그. 그렇게 인간과 인간의 삶에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세상에 녹아들고자 고군분투하지만, 결국 세상에 배신을 당하고 무너져갑니다.


<인간 실격>은 마치 오바 요조의 삶을 그려낸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삶에 대해 알고 보니 어린 나이에 자살을 시도했던 것, 공산주의와의 만남, 카페의 여급과 동반 자살을 시도했으나 여성만 사망하고 혼자 살아남아 기소 유예 처분을 받은 것 등 너무도 그의 그것과 닮아있었습니다. 결국 저자는 오바 요조가 여급과 동반 자살을 시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물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하고 말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적어내려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 소개에 이 책이 '그의 정신적 자서전이라 할 수 있다'라고 한 듯합니다. 책 마지막에 정리된 그의 일생을 살펴보니 여러 차례의 자살 시도와 다작(多作)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집필하고 펴낸 작품들의 제목이 무수히 등장하더군요. 그리고 여러 번 시도된 자살 끝에 결국 그것으로 삶의 끈을 놓아버렸습니다. 얼마나 괴로운 삶이었을지는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다만, 오바 요조의 이야기를 통해 잠시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을 뿐입니다.


부족함 없이 태어났지만 어떤 면에서는 너무도 인간적으로 부족한 삶을 살았던 주인공 오바 요조를 통해 세상을 향해 저자가 남긴 이 이야기. 왠지는 모르겠지만,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했습니다. "너무도 부끄러운 생을 살아왔습니다."라는 [첫 번째 수기]의 제일 첫 문장이 떠오릅니다. '그는 정말 부끄러운 생을 살아온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그의 삶을 통해 제 자신의 삶, 인간의 존재와 살아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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