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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 폴로어 25만 명의 신종 대여 서비스!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지음, 김수현 옮김 / 미메시스 / 2021년 8월
평점 :
정말 순간적으로 아주 단순한 일을,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정말 필요한 것인지조차 의심이 드는 그런 일을 제공해 주는 한 명분의 존재가 필요할 때마다 자신을 대여해 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이런 콘셉트로 시작한 저자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활동은 채 1년도 되지 않아 트위터 팔로워 수가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직장과 프리랜서 생활의 스트레스와 그 반복되는 일상으로 인한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다, 문득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활동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만화를 그리고 책이 나오게 되고 방송 출연까지 하게 됐다고 하네요.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과 현실에 대한 놀라움과 혼란을 수반한 의문에 대해 답을 찾아보고자 한 것이 바로 이 책,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사실 책 소개를 보고 의뢰를 요청하는 사람들의 사연과 그 내용이 생각보다 훨씬 재밌고 소박하고 기발하여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나름 엄격한 잣대를 통해 의뢰를 수락하고 활동에 나섭니다. 가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 보다 정확히는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보다는 그냥 말 그대로 거기 있기만 하면 되는 상황일 경우 의뢰를 수락하고 찾아간다고 합니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혼자서도 해낼 수 있는,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에 나 외에 다른 누군가가 더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상황을 겪어야 하는, 이겨내야만 하는, 극복해야하만 하는 사람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저자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확인했습니다.
어디선가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주변에 누군가 힘들어할 때 때로는 조언이나 위로보다도 묵묵히 들어주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아무 일면식이 없는 사람보다도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고민이든 푸념이든 그 어떤 말을 하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처럼 앞으로 다시는 만날 확률이 극히 낮은 사람에게 다 털어놓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무색무취의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출난 장점이 있다거나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활동에서는 상품성이 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정말 원하는 '공헌'을 다른 방향, 형태로 하고 있는 것이죠. 방법은 아직 제게 친숙하지 않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순간이나마 그 사람의 인생에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활동도 참 멋진 일 같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