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 창의성을 깨우는 열 두 잔의 대화
김하나 지음 / 세개의소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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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창의적, 창의성'이라는 단어를 보면 항상 '내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내가 조금 더 채워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라는 생각부터 듭니다. 강박관념 비슷한 거라고 해야 할까요. 막연하게 하지만 매번 '이건 내게 모자란 부분이야'라고 자책 비슷하게 하고는 다른 생각을 하려고 해버립니다.


그러다 다시 돌아와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아이디어가 번득이고 싶다'라는 생각을 자주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창의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퇴근하면 아무것도 하기 힘들어서 그런 걸까요? 무언가 창작 활동을 할 생각이 들지 않아서 그런 걸까요. 핑계가 참 많습니다.


그러던 차에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이라는 책 이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거기에 또 책 뒤표지에는 "평범하고 성실한 사람들을 위한 아이디어 함수 상자"라고 쓰여있었습니다. (이미) 평범하고 성실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딱 저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총 12장에 걸쳐 '그녀'와 '내'가 '황'의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아이디어 생산법을 들려줍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처럼 자기계발서 식으로 글을 쓰면 그것에 대해 오히려 스스로 반감이 생기는 저자가 아이디어를 낸 구성입니다.


술에 강하며 아이디어에 관해 생각이 참 많은 '그녀'는 '나'와 나의 오랜 친구인 '황'의 조그만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창의성, 아이디어'에 대해 여러 주제와 사건들을 통해 대화를 나눕니다. 우리는 창의성의 뛰어난, 창의적으로 일을 잘 하는, 업적을 이룬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마치 그 사람은 이미 타고난 것처럼, 재능과 천재성 개념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것을 빼버린 채,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과정의 실체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노력합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창의력, 창의성"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자신감을 내보이기보다는 괜스레 움츠러들고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우리를 작아지게 만들고 단어 자체만으로도 거창하게 다가오는 '창의성'이라는 단어를 대신해 보다 우리에게 친숙하고 일상에서 제법 자주 쓰이는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이렇게 표현만 바꿔도 그렇게 멀고도 어렵게만 느껴지던 것의 실체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다는 그녀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것을 근간으로 하여 우리처럼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도 '아이디어'를 반짝일 수 있다는 것을 역설합니다. '배려, 센스, 차별화, 퓨전'. 이런 단어들을 아이디어로 부르겠다며 그녀가 자신이 직접 겪은 일상 속 사례를 소개해 주는 부분도 기억에 남습니다.


알고 보니 저자 김하나 님은 에세이스트로 유명한 카피라이터였습니다. 책도 이미 다수 펴낸 바 있고 이 책은 저자의 데뷔작의 개정판입니다. 이 책을 만나기 전의 저처럼, 창의성, 창의적, 아이디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머릿속이 뿌옇게 되거나, 막연한 감정이 들거나, 그저 남의 일처럼 느껴지시는 분들은 도움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늦었지만 이렇게라도 만나게 되어 참 반가웠고 즐거웠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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