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6 _ [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 - 나태주 지음

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0년 11월

자연의 작지만 소중한 존재들을 어루만지며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 노래하기로 잘 알려진  나태주 시인의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평소 시를 많이 읽는 편이 아니다 보니, 시인 분들이나 시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광화문글판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저자,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구는 정말 좋아합니다. 처음 그 시구를 접했을 때 정말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정말 그렇구나, 이렇게 따듯한 말이 있다고 생각했었죠.

아까 잠깐 말씀드린 대로 평소 시를 자주 읽는 편이 아니다 보니 이 책을 읽기 전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지금까지처럼 시가 어렵게 느껴져서 자꾸 책을 덮고 결국 끝까지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말이죠.

책은 나태주 시인이 사막으로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찾은 인생과 삶의 진리에 대해 담고 있습니다. 사막 그 자체와 사막 속의 여러 사물을 통해 인생, 사랑, 만남과 이별 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읽으면서 그가 보고 있는 풍경을 함께 보고 있는 듯, 나도 그 속에 함께 있는 듯했습니다.

책 속 많은 작품 중 '계절'이라는 시가 제일 마음에 와닿았고 기억에 남습니다. 제목을 보면 언뜻 떠올리기 쉽지 않은 이별에 관한 내용입니다. 아니 생각해보니 우리는 매해 네 가지의 계절과 매번 이별하고 있기 때문에 딱 맞는 제목이라 할 수 있겠네요. 계절이란 시는 나와 더 함께할 수 없는 너에게 전하는 글입니다. 네가 있는 그곳이 어떨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있는 곳의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곳도 그러겠거니 생각하겠다, 잘 지내길 바란다는 내용입니다. 네가 안녕하길 바라는 마음과 그 누구보다 너를 아끼고 사랑했던 절절함을 전하고자 하는 시입니다.

저자는 오랜 세월 동안 사막을 동경해왔던 것 같습니다. 마침내 그곳으로 떠난 저자는 사막에서 마주한 수많은 존재로부터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칫 간과하거나 잊고 살아왔던 가치를 돌아보도록 해줍니다. 결국 그것을 통해 사막은 결코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곧 사막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비록 사막이 모래, 바람, 햇빛뿐이라고 하지만, 저자는 그 속에서도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자세를 잃지 않습니다. 사막 속의 메마르고 삭막한 환경 속에서도 삶을 개척해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다집니다.

주로 퇴근하는 길에 지하철에서 읽었습니다. 덕분에 온종일 일과 삶에 치여 지치고 힘들었던 몸과 마음이 위로받을 수 있었습니다. 텅텅 비어버렸던 영혼을 조금씩 채울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