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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필요할 때 수필 한 편
오덕렬 지음 / 풍백미디어 / 2020년 10월
평점 :
사람마다 힐링이 필요할 때, 힐링하고자 할 때 하는 일은 다 다를 것입니다. 저는 주로 보고 싶은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그런데 마침 이 책, <힐링이 필요할 때 수필 한 편>이라는 제목을 보고 딱 나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필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일상생활의 체험이나 느낌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 이처럼 수필은 형식에 얽매이거나 어려운 내용으로 채워진 것이 아니다 보니 참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고향과 어머니에 대해 다룬 1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1부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1부 속 글들에서는 고향 집과 어머니에 대한 저자의 그리움이 절절히 드러납니다.
저자 직업의 특성상 여러 지역으로 옮겨 다니며 근무하다 보니 타지에서 긴 세월을 보내며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와 노년을 보내겠다는 것이 그의 소박한 바람입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작은 희망마저 고향에 불어닥친 개발사업으로 이루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 상실감과 공허함이 얼마나 클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의 마음을 오롯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솔직히 고향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나만의 고향에 대한 이미지는 거의 없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도시에서 살았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글을 보니 '나도 그런 고향, 나만의 고향, 나중에 돌아가 쉬고 싶은 고향' 하나쯤은 갖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생각은 궁극적으로 마음을 위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힘들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 줄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고향을 찾게 되는 것 아닐까요? 그럼 어딘가에 존재하는 지역, 지리적인 고향도 좋지만, 마음의 고향을 만들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음의 고향은 장소도 좋지만 내게 소중한 누군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고향에 온 것처럼 마음이 풀어지고 푸근해지고 따듯해지고 부드러워집니다. 늘 갖고 다니던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40여 년 교단에 섰던 선생님 출신이십니다. 제 부모님 세대라 그런지 그의 부모님에 대한 글에서 제 조부모님들의 모습을 보는 듯 했습니다. 제 아버지가 글을 쓰시면 이런 내용일 것 같습니다. 또, 수필 속 단어나 문체가 이런 식의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참 정겨웠습니다. 아궁이, 사랑방, 소먹이기 등. 부모님의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습니다. 요즘처럼 쌀쌀해진 날씨에 따듯한 이불 속에서 제게 조곤조곤 들려주시는 듯했습니다. 이런 게 바로 힐링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