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본래 이름은 '일원정'이지만 단골들은 그곳을 부를 때는 '회랑정'이라 부릅니다. 바로 이곳에서, 성공한 사업가 이치가하라 다카아키의 막대한 유산 때문에 불행은 시작됩니다. 형식적으로조차 결혼을 하지 않아 법정상속의 최우선 순위를 차지하게 되는 부인이나 자녀가 없던 다카아키. 그런 그였기 때문에, 그의 죽음에 대한 슬픔 뒤로 자연스레 그 엄청난 유산의 주인은 과연 누가 될 것인지가 이치가하라 일가의 초유의 관심사가 됩니다. 유산의 향방은 그가 생전에 작성했던 유서에 기록되어 있었고 그 유서가 그의 49재일에 회랑정에서 일가친척이 다 모인 자리에서 그의 유서가 공개될 예정이던 그때, 그의 비서로서 마지막까지 그를 보필했던 기리유 에리코, 그녀의 애인으로 알려진 사토나카 지로가 회랑정에서 일어난 화재와 함께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맙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에리코는 그날, 회랑정에서의 그 화재가 자신과 자신의 애인인 지로를 죽이려고 누군가 계획한 일이라 믿고 복수를 하기로 다짐합니다. <회랑정 살인사건>은 에리코가 다카아키의 친한 선배 혼마 시게타로의 부인인 혼마 기쿠요로 변장하여 복수를 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복수는 자칫 악순환의 고리가 오래 지속되도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선택을 하는 사람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나 물건(들)을 다른 사람에게 뺏기거나 그에 의해 잃게 되었을 때 그 상실감, 슬픔, 분노라는 감정에 의해 촉발되는 것이 복수라 생각하는데, 이 감정들은 당사자 외에는 사실 제대로 실감하기 어렵습니다.

 

  삼십 대 여성인 에리코가 곧 일흔 살이 다 되어가는 노파로 분장하여 펼치는, 자신과 자신의 죽은 애인을 위한 복수의 이야기. 회랑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몇몇 등장인물에 의해 전개되는 이야기는 마지막 책장을 덮는 그 순간까지 아주 흥미진진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름은 워낙 오래 그리고 많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에 처음으로 그의 책을 읽었습니다. 스타트를 잘(?) 끊은 만큼 앞으로 한 권씩 차근차근 그의 작품들 속으로 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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