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기억을 지워줄게
웬디 워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흔히 생각하는 범죄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이 책은 수사가 아닌 심리상담에 주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인공 제니는 15세 소녀로서는 감당 할 수 없는 큰 강간사건을 당한다. 당연히 범인을 잡고, 수사를 해야 함에도, 소녀의 부모는 소녀가 모든 기억을 다 잊고, 없었던 일처럼 만들고자 한다. 기억이 지워지면 정말 없었던 일이 될꺼라는 바램으로.

그러나 그 사건은 기억하지 못해도, 그 당시의 감정, 분노, 느낌은 지워지지 않았고, 주체할 수 없는 감정으로 자해를 하게 되면서,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화자인 가 등장한다.

 

는 정신과 의사로서 소녀를 돕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한 좋은 의사이다. 과연....?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감정적으로 참 불편하고, 답답했다,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등장인물들의 양면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사회적 얼굴과, 아무도 모르는 숨겨진 얼굴들. 제대로 해소되고, 치료되지 못했던 감정의 찌꺼기를 안고, 나약하고, 비뚤어진 어린아이같은 내면을 숨긴 어른들의 모습과, 현실을 지키고자 적당히 불의에 눈감는 그런 불편함들이 책을 놓는 순간까지도 나의 감정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만들어 내는 인물들이 나쁘다라는 선과악의 존재가 아닌, 그냥 나약한 그들 역시 치료받아야 하는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이 더 불편했을지도 모르겠다.

 

결론을 말하자면 해피엔딩이다. 다 해결되었다. 모두들 편안하고 행복하게...

그러나 아 깔끔한 결론이다........라고 말하기엔 결과는 그렇지만 과정은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그냥 개개인의 느낌이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결과는 잘 마무리된 행복함이지만, 무언가.....과정에서 이미 꼬여버렸으나 어찌 어찌 잘 마무리 된느낌...

 

너무도 익숙한 사건-추리-범인검거 방식의 통쾌한 스릴러에 익숙해져 있다면, 권하고 싶은 책이다.

실제로의 어떤 누군가가 과거의 사건을 나에게 이야기하듯 가끔 두서없이, 맥락없이 툭툭 나오는데 끝까지 다 읽고나면,, ......이거였구나. 그래서 이 이야기를 앞에서 했었구나 하고 뒤늦게 깨달아 버렸다.

 

그냥 흑백이 아닌 전체가 회색인 스릴러다. 습기가 가득찬 꿉꿉한 흐린날에 안개가 자욱한 호수가를 산책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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