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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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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사실 내 독서는 딱히 읽는 행위라 말할 수 없다. 나는 근사한 문장을 통째로 쪼아 사탕처럼 빨아 먹고, 작은 잔이 든 리큐어처럼 홀짝대며 음미한다. 사상이 내 안에 알코올처럼 녹아들 때까지. 문장은 천천히 스며들어 나의 뇌와 심장을 적실 뿐 아니라 혈관 깊숙이 모세혈관까지 비집고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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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어쩌면 그는 작년에 홀레쇼비체 도살장에서 나를 으슥한 구석으로 몰고 가 예리한 필란드제 칼을 목에 들이댔던 남자인지도 몰랐다. 그때 남자는 호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르지차니의 아름다운 전원을 기리는 시를 읊었을 뿐이다. 그런 다음에 내게 사과를 했지.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읽힐 다른 방도를 찾을 수 없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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