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기타이치. 사람 마음은 밭 같은 거다. 밭에는 씨앗이 수없이 떨어져 있지. 그중에는 네가 뿌린 적이 없는 씨앗도 있어. 그러니 부지런히 잡초를 없애는 게 중요해.82.생전 센키치 대장이 “손이 더러운데.”다쓰키치는 그림을 만질 수 없다는 시늉을 해 보였다. 기타이치는 웃고 말았다.“낙서 같은 그림인데 뭐 어때요, 괜찮아요.”하지만 다쓰키치는 진지한 표정으로 목에 감은 수건에 손을 문질러 닦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겼는지 상의 목깃에 손가락을 일일이 닦고 허벅지에다 손바닥을 착실하게 문질러 닦고 나서야 보선 그림을 받아들었다.한 장 한 장 찬찬히 살펴보더니 “기타는 이거, 팔 건가?” 하고 물었다.“아뇨, 어쩌다 얻은 건데요뭐.”“그럼 나한테 줄래?”“좋죠. 어디다 쓰시게요?”“병풍이나 칸막이에 붙이면 볼 만할 것 같아서.”다쓰키치의 얼굴이 몹시 흡족해 보였다. 기타이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보선 그림을 흔쾌히 넘겨주었다.“장난 같은 그림이라도 신이 그려졌다고 함부로 하지 않았으니 기타는 대단해. 역시 센키치 대장이 훌륭한 분이셨으니까.”덤처럼 그런 칭찬까지 들으니 낯간지러운 기분이었다. 기타이치로서는 그런 장난 같은 그림조차 더러운 손으로는 만지려 하지 않는 다쓰키치야말로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그때까지는 알지 못했던 다쓰키치의 의외의 모습을 보았다는 기분이었다.48.아기를 부르는 그림_기타기타 시리즈미야베 미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