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란…….”윌리엄스 양은 이렇게 말하고는 멈췄다.부유한 영지의 소유자가 “볼셰비키란…….”이라고 말하듯이, 골수 공산주의자가 “자본주의자들이란…….”이라고 말하듯이, 성실한 가정주부들이 “바퀴벌레란…….”이라고 말할 때처럼 윌리엄스 양은 “남자들이란!”이라고 말했다.오랜 독신 생활과 가정 교사 생활을 통해 과격한 페미니즘에 사로잡힌 모양이었다.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면 윌리엄스 양은 남자들이란 모두 적이라고 말을 이었을 게 분명했다.“남자에 대한 동정심은 없으신가요?”푸아로의 질문에 윌리엄스 양은 냉담하게 대꾸했다.“남자들은 이 세상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죠.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푸아로는 생각에 잠긴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윌리엄스 양이 차분하게 효과적으로 철도 위에 몸을 묶고,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하며 단식 투쟁을 하는 모습이 쉽게 상상이 갔다.151.윌리엄스양과 푸아로의 대화진실과 마주하는 편이 좋을 겁니다. 사실을 왜곡해서 불행을 피하려 해 봐야 소용 없어요. 칼라는 진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죠……. 하지만 이제는 그 비극이 어쩌다 일어나게 된 건지 정확하게 알길 원해요. 용감한 아가씨라면 응당 가지고 있어야 할 올바른 태도입니다. 일단 모든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일을 잊고 다시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164.윌리엄스양고통을 덜어 주기 위한 거짓말은 오히려 해가 될 뿐이지요. 사람이라면 현실을 직시할 용기를 지니고 있어야 하며 그러한 용기없이는 삶은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겁니다. 우리에게 가장 해가 되는 것은 우리가 현실을 보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사람들입니다.241.윌리엄스양세실리아 윌리엄스의 경우 겉보기에는 자랑할 만한 장점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푸아로가 보기에 그녀에게는 낙담이나 패배감 따윈 조금도 없었다. 윌리엄스 양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삶을 살고 있었으며, 여전히 사람과 사건들에 깊은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요즘 사람들이 멀리하는 엄격한 빅토리아 시대의 교육을 받아 투철한 도덕적인 관념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을 다했다. 그러한 확신 덕에 질투심과 불만, 후회와 같은 사소한 감정들에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었다. 검소한 생활로 인해 삶에서 소소한 기쁨을 느끼는 법을 알고 있었으며, 여전한 건강과 열정으로 삶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168.윌리엄스양에 대해 푸아로다섯 마리 아기 돼지 애거서 크리스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