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온 손님 중 한 명은 나이 든 남자였는데, 뭔가 굉장히 신난 표정으로 책 한 권을 움켜쥐고 계산대로 왔다. ˝이 책 얼마면 되겠소?˝ 그건 라틴어 학교 교재였는데, 그는 황급히 책을 펼쳐 면지에 만년필로 적힌 이름을 가리키며 ˝이게 우리 아버지가 쓰던 책이오˝라고 말했다. 가격은 4.50파운드였는데 나는 그 손님에게 그냥 가져가도 좋다고 말했다. 그 책이 어떻게 서점에 들어오게 됐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손님이 그 책을 발견하고는 너무 기뻐해서 그냥 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378.
독서는 다른 어떤 감각적 경험과도 비교가 안 되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즐거움을 준다. 삼십 대에 내게 가장 소중했던 사람과 헤어졌을 때, 독서외에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주변에 책을 가득 쌓아 놓고 내 주변과 내 안의 세상으로부터 달아나 책들 속에 파묻혔다. 조너선미디즈, 윌리엄 보이드, 조제 사라마구, 존 버컨, 앨러스테어 리드, 존케네디 툴 등의 세상이 나를 둘러싼 채 온갖 잡념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었고, 그 잡념들이 나를 괴롭히지 않고 잠자코 사그라지도록 주변으로 밀어내 주었다. 나는 책상 위에 책으로 세상과의 물리적인 벽을 쌓았고, 그 책들을 하나하나 읽어 감에 따라 그 벽도 천천히 낮아지다가 마침내 다 허물어졌다.
54.
아마존이 고객에게는 이득인지 모르지만, 그 이면에서는 책 판매자에게 부과되는 가혹한 조건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저자는 물론 출판사의 수입도 곤두박질쳤다. 즉 출판사는 더 이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명작가들과 일하지 않으려 하고 이제는 그 둘 사이의 중개인마저 사라졌다. 아마존은 어떨 땐 이윤을 남기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 지경까지 가격을 조정하거나, 경쟁자보다 저가로 판매하려는 데만 혈안이 돼 있는 것 같다. 이는독립 책방에만 압박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출판사와 작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창의성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더 슬픈 진실은, 아무리 작가와 출판사가 결속하여 아마존에 맞서더라도 결국 출판업계는 대대적인 파멸을 맞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오늘 자 『선데이 타임스』에는이런 문제를 다룬 아만다 포먼의 유익한 글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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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일기
숀 비텔
남다른 인간 험오자이자 서적 애호가인 서점 주인과
기상천외한 손님들이 빚어내는 빛과 그림자
![](https://image.aladin.co.kr/product/26120/69/cover150/k502737352_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