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이 많고 휘어진 거목은 사람에게 베이지 않고 수세기 동안 살아남는다.



보로스의 손이 마술을 부리며 신비한 신호를 보내자 곤충과 유충, 그리고 조그만 알들이 모인 덩어리들이 나타났다. 그중 어느 것이 유용한지 물더니 보로스가 격분했다.
˝자연의 관점에서 볼 때는 그 어떤 생물도 유용하거나 무용하지 않아요. 그것은 그저 사람들이 적용하는 어리석은 구별일 뿐입니다.˝
223 곤충학자 보로스가 두세이코 부인에게



하지만 왜 우리는 꼭 유용한 존재여야만 하는가, 대체 누군가에게, 또 무엇에 유용해야 하는가? 세상을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으로 나누는 것은 과연 누구의 생각이며, 대체 무슨 권리로 그렇게 하는가? 엉겅퀴에게는 생명권이 없는가? 창고의 곡식을 훔쳐먹는 쥐는 또 어떤가? 꿀벌과 말벌, 잡초와 장미는? 무엇이 더 낫고 무엇이 더 못한지 과연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구멍이 많고 휘어진 거목은 사람에게 베이지 않고 수세기 동안 살아남는다. 왜냐하면 그 나무로는 어떤 것도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본보기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다. 유용한 것으로부터 얻어 낼 수 있는 이익은 누구나 알지만, 쓸모없는 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340 괴짜, 기쁜소식, 디지오와 함께있는 듀세이코 부인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올가 토카르추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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