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하고 기업은 서로 적입니다.”
단호한 어조였다. 요전의 얘기에 이어진 거란 걸 바로 알았다.
“기업은 사람의 몸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걸 무시하면서 번창해 가는 거죠. 의사는 죽을힘을 다해 그 뒤처리를 하고 있어요. 불도저로 깔아뭉갠 잔디를 하나하나 다시 심는 마음으로요.”
“알 것 같아요. 그래서 의사선생님이 되기로?”
“네.”
그는 대답하고 잠시 침묵한 뒤 말을 계속했다.
“그렇지만 정말로 무서운 것은 불도저보다 농약이죠. 형태뿐만이 아니라 지질 자체를 바꿔 버려요. 아무리 힘과 재력이 있는 사람이어도 손대면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거예요.”
37.우류 아키히코가 미사코에게
아무리 높은 지위에 오르고 돈을 벌어도 느닷없이 덮치는 죽음은 피할 수가 없다. 죽는 방법도 전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 남자도 설마 이런 꼴로 자기 인생을 마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죽을 때는 황금을 깔고 누워서 모두에게 둘러싸여 평안하게 죽길 바랐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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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하군, 하고 유사쿠는 생각했다. 죽을 때는 공평해. 생각해 보니 인간 세상에서 유일하게 공평한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78.와쿠라 유사쿠
숙명_히가시노 게이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