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서벽을 가진 사람을 서적광(書籍狂, Bibliomanie)이라고 하는데 책에 미치면 사랑하던 첩과도 바꾼다‘ 는- 말이 있다.
그 보기로 중국의 명나라 때 주대소朱大船는 자나깨나 송판본宋板本을 얻기를 원했다. 어느 날 남의 집에갔다가 송판으로 된 《후한서後漢書》를 보고 양도해 달라고 했으나 주인이 듣질 않았다. 아무리 값을 올려도듣지를 않자 ˝그럼 내 첩을 드리리다˝라고 하니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난들 어쩔 수 없지요˝ 라고 해서 책과 첩을 맞바꾸게 되었다.
주씨의 집을 떠나게 된 애첩은 ‘본의 아니게 이 집을 떠나가지만, 그 옛날 애첩을 말과 바꿨다는 얘기보다는 났겠지, 언젠가 재회하더라도 후회 마시기를, 무심한 봄바람 길가 나뭇가지를 불어대네‘ 라는 시 한 수를 벽에다 써 붙여놓고 떠났다. 이를 보고 충격을 받은 주대소는 상심 끝에 얼마 못 가 이 세상을 하직하였다고 한다.
한편 프랑스의 속담에는 여자와 책과 말은 빌려불게 못된다는 말이 있고, 동양에서도 이른바 삼치라고 해서 독서인들 사이에서 책을 빌리고, 빌려주는것을 경계하고 있다.
삼치는 곧 남에게 책을 빌려달라고 하는 것은 바보요, 남에게 책을 빌려주는 것도 바보요, 남에게 빌려온 책을 돌려주는 것도 바보라는 말이다.
그러기에 옛날 중국의 우참정處參政이란 사람은 자기집 연못 가운데 다락집을 지어 수만 권의 장서를 보관해 두고, 외나무다리를 걸쳐놓고 혼자만 드나들면서 밤이면 다리를 거두곤 했다. 그 다락문에는 다락엔 손님이 들어올 수 없고, 책은 남에게 안 빌려줍니다.
(樓不延客 書不借人)라고 써 붙여놓았다고 한다.
15.
작품해설 이상보
애서광 이야기
구스타브 플로베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