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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평점 :
휴가를 위해 어떤 책을 준비하셨나요?
혹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힐링 소설을 찾고 계시다면 허태연씨의 장편소설 '하쿠다 사진관'도 있습니다.
꽤 많은 분들이 이 책의 저자를 일본인이라고 생각하십니다.
언뜻 듣기에도 일본스런 발음 '하쿠다' 때문이겠죠.
그런데 '하쿠다'는 '~하겠다, 할 것이다'는 뜻의 제주도 방언이라고 합니다.
'어떤 사진이라도 열심히 찍겠다'는 책 속 주인공의 각오가 담긴 이름이라네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제비는 제주도 한달 여행 후 서울로 돌아갈 참이었지요. 그런데 어쩌다 신용카드, 휴대폰, 비행기표까지 몽땅 물에 젖어 못쓰는 상황이 됩니다.
곤란한 처지에서 우연히 대왕물꾸럭(문어) 마을로 들어서고, 곧 하쿠다 사진관을 발견하게 되죠.
석영의 배려로, 제비는 사진관에서 일하며 이 마을에 머물수 있게 됩니다.
한편 사진관 주인 석영은 어려서 부모님과 살던 제주에 정착하기 위해, 물꾸럭 마을에 들어온 외지인입니다.
석영은 하쿠다 사진관을 사진관 겸 카페 겸 파티장으로 키우고,
동네 해녀 우희와 가정을 꾸려 마을의 괸당이 되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 괸당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 혈연으로 맺어진 친족'을 일컫는 제주도 말이라 합니다)
제비의 활약으로 하쿠다 사진관에 대한 석영의 꿈은 이뤄지기 시작합니다. 손님들이 오기 시작한거죠.
여고동창 라이더들, 30대 예비 부부, 20대 취준생 무리와 장애인 딸을 둔 일가족 등등...
두 사람은 손님들의 제각각 인생을 들여다 보고 특별한 시간을 마련해 줍니다.
그리고 마을의 일원으로 '대왕물꾸럭마을 축제'를 꾸려가지요.
좋은 만남, 반드시 거쳐야할 성숙의 시간을 견디고
두 사람은 내면에 쌓아뒀던 각자의 상처를 서서히 털어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느새 마을의 괸당이 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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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의도한대로 인생이 살아지는 사람이 있을까요?
석영도 제비도, 하쿠다 사진관의 손님들이나 마을 사람들, 심지어 이 책을 들고있는 우리도 의도한 그대로 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기엔 참 많은 것들이 얽히고 설켜 우리를 이리 저리 끌어당기니까요.
석영이 마을의 괸당이 되어 뿌리를 내리고 싶어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배우자로, 엄마,아빠, 혹은 자식으로 살고 싶은 이유일 것도 같고요.
함께 흔들릴지언정 혼자 힘없이 쓰러지게 두지는 않는 서로의 괸당.
물론 그런다고 사는게 무작정 쉬워지는건 또 아닐겁니다.
무얼 해야할지, 잘 하고 있는지, 계속 가야하는건지 의심하고 머뭇거리고 주저앉겠죠.
그래도 계속 가라고, 더 단단해지라며
기댈 등을 내어주는 이들이 있다면
내가 의도한 삶으로 가는 길이 조금은 덜 두렵지 않을까요.
'사람은 누구나 혼자 살지만, 때때로 서로를 돌보고 있어.' (본문 p378)
대왕물꾸럭 축제에서 신의 사자로 뽑혀, 못 넘을줄 알았던 자신의 한계를 넘은 제비가 떠올린 말입니다.
제비는 그렇게 자신이 비빌 괸당을 찾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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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이야기와 별개로
하쿠다 사진관에 들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처럼 진행돼,
지루하지 않게 여러 사람의 인생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 방언의 톡톡 튀는 매력을 경험하기에도 제격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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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제주 풍경을 떠올리며
가볍고 편하고 따뜻하게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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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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