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인데 은퇴해도 되겠습니까? 청귤 시리즈 1
트리누 란 지음, 마르야-리사 플라츠 그림, 서진석 옮김 / 북극곰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면서 자주 오지 않는 섬세하고 특별한 순간이 있으신가요?





예를 들어 '호수가 노래하는 순간' 같은 거요.
얼음은 얇고 바람이 거셀 때,
바람은 얼음조각을 자기 맘대로 흔들어 댄대요.





그 짧고 소중한 순간을 놓칠까 봐 전전긍긍하면서도
할아버지 할머니는
해골 요한과 손주들, 개와 고양이까지 이끌고 길을 나섭니다.





호수의 노래는 어땠을까요?

호수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떠들던 아이들도,
노래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엔 아무 말이 없었다죠?





그날 해골 요한은,
자신을 그 자리에 데려다준 것이 아주 고맙게 느껴졌대요.





이러니 요한이,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해골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네, 이곳은 이런 곳입니다.





낡은 존재들이 모여 여전히 살 만한 삶을 누리는 곳.
당연히 받아야 할 돌봄과 여전히 줄 수 있는 도움을 존중하는 곳.





요한은요,
은퇴 후 이곳에 머물면서 비로소 자신의 취향을 알게 됐지요.





먼저 요한은 사람 구경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바깥 부엌에 할머니가 마련해 준 의자에 앉아 있는 것도 좋아하죠.

할아버지가 아이들 앞에서 요한을 치켜세울 땐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모르면서도 은근히 즐기고요,

도움이 닿는 일은 늘 마다하지 않는 편입니다.





은퇴한 해골이 도움 될 만한 게 뭐가 있겠느냐고요?

놀라지 마세요.





요한은 도둑을 쫓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로하고,
겁 많은 아이들을 밤새 지켜 준답니다.
달팽이나 고양이에게 품을 내주기도 하죠.
한 번은 젊은 예술가를 위해 전시회에 참여할 만큼 모험심도 있는걸요.





...노년의 삶을 그린 책이니 그래도 우울하게 그려질 거라고
지레 짐작하시나요?





글쎄요.





평범한 일상조차 반짝반짝하는 건
긴 시간을 쌓아 도착한 노년이라 가능하구나...

살짝쿵 감동과 동경의 눈으로 보게 됐다는 것만 말씀드리죠.





그리고요,
그 반짝이는 일상이,
예견된 이별로 달라진다 해도





...삶은 다시 앞을 향해 나간대요.





"나이 든 할아버지도, 해골 요한도, 버리지 못한 양동이 속 쓰레기도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요.
쓰레기 양동이는 어쩌면 새로운 세상에서는 쓸모 있는 좋은 재료가 될지도 몰라요."





오랜 시간을 거친 지혜로운 눈에는
삶과 죽음이 물 흐르듯 연결돼 보이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조금 더 알겠네요.
낡은 것을 버리지 못하는 어른들 마음.

그중 몇몇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을 테지요.
아마도 추억을 넘어,
위로하고 위로받는 친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받고 몇 번이나 봤습니다.
소장하고 싶은 좋은 책,
소개할 수 있어 기쁜 날입니다.





*선물 받은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감상글입니다


#해골인데은퇴해도되겠습니까 #북극곰 #선물책 #신간 #책추천 #북스타그램 #그림책스타그램 #은퇴 #노년 #새로운시작 #우정 #해골 #책과썸 #비집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