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펼치면 해맑은 아이가 정답게 '아빠아~!' 부르고 있습니다.아빠처럼 쑥쑥 자라 큰 사람이 되겠다는 아이는 어리지만 야무지고 건강합니다. 그 아이가 그려내는 아빠와의 한때는 참 예쁘고 행복합니다. 하지만 아빠는 한마디 말이 없네요. 추억처럼 아련한 빛깔, 추억처럼 몽글몽글한 선들 속에서 아이와 웃고 놀아줄 뿐입니다.처연하게 아름다운 진달래로 기억될 때까지요. 저에게 5.18 민주화 운동이나 제주4.3 같은 책은 읽어내기 참 어려운 책입니다.그래도 읽어내고 알아야할 것들이 있죠. 책으로 들여다 보는 그 짧은 시간조차 견뎌내지 못한다면 그때 그자리에 있던 분들께 너무나 부끄러운 일일겁니다.80년 5월에, '아무것도 모른채 우리는 텔레비젼의 쇼를 구경하고 싱거운 코메디를 구경하며 못나게 웃고 있었다'며 거듭 자책하신 권정생 선생님처럼요. 계엄군의 조준 사격이 확실한 증거들이 넘쳐나는데도 아직까지 진실을 왜곡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최초 발포 명령자를 비롯해 밝힐것도 넘쳐 납니다. 특히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을 어찌할까요. 생각해보면 다섯 살 아이를 품은 아빠 역시 참 젊은 청춘이었을테지요. 커가는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목소리가 많았을텐데, 영원히 젊은 아빠로 남게 될줄 꿈에나 알았을까요. 남겨진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아이들도 부담없는 정감있는 전개에도 어른인 저에겐 쉽지 않은 책입니다. *제공받은 책을 보고 쓴 주관적인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