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씨름 - 제7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53
이인호 지음, 이명애 그림 / 샘터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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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씨름

제 7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이인호 동화집, 이명애 그림

샘터

 
 

이번에 접한 동화책은 제7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팔씨름>이 표제작으로 들어있는 이인호 작가님의 동화집이었습니다. 표지를 슬쩍 보고는 아빠와 아이의 팔씨름인가 싶었습니다. 동화라면 뭔가 아름답고 밝은 전개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었나 봅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김병규작가님이 이 동화집의 글들을 온실속의 꽃이 아닌 '야생화'로 비유하셨는데 그 비유가 꼭 맞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5학년 짱이라 불리는 아이에게 편의점에서 산 라면을 빼앗긴 것도 억울한데 자신의 쌍둥이 동생들이 눈치도 없이 그 아이에게 자신의 형이 제일 세다고 한 탓에 엉겹결에 팔씨름까지 하게 된 정담이. 긴장이 되었습니다. 힘을 내세운 아이가 불량한 쪽으로 짱을 먹었을 텐데, 정담이가 과연 팔씨름에서 잘 견딜 수 있을지 말이죠. 혹시나 여기에서도 지면 앞으로 정담이의 학교생활은 어쩔 것이며 동생들에게는 아빠보다 힘 센 - 아빠가 정담이에게 져주었거든요 - 형이라는 위신도 세워지지 않을 테니까요. 그런데, 평소에 팔씨름 경기를 집에서 많이 한 탓일까요? 정담이는 학년 짱 영식이를 내리 이깁니다. 통쾌했습니다! 그래, 본때를 보여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후 정담이와 영식이는 정담이 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맛있게 라면을 먹습니다. 어? 영식이도 같이? 그동안 영식이에게 당한 것이 많았을텐데 이렇게 풀어지는건가? 그제야 이 아이들이 보이더군요. 이 짧은 이야기 속에서 벌써 저는 영식이를 나쁜놈 프레임에 넣고 낙인을 찍어놓고 변하지 않을 캐릭터로 설정해 놓았던 거지요. 실제는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죠.

연이어 나오는 <눈물 줄줄 떡볶이>와 <성배를 찾아서>의 배경도 꽃길이 지속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갑작스런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자신에겐 할머니지만 아버지의 새엄마이셔서 교류도 별로 없었던 분과 함께 살며 겪는 이야기를 매운 떡볶이를 먹으며 흘리는 눈물로 화해의 장면을 연출하는 <눈물 줄줄 떡볶이>. 성배가 성스러운 그릇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반려견! 그것도 재개발지구로 모두 이사를 가고 곧 떠날 처지에 있는 편모가정 성민이와 편부가정 준호를 이어주는 매개체였던 강아지 성배. 남겨져야 하는 성배를 끝까지 돌보는 이야기 <성배를 찾아서> . 세 이야기 모두 아픔을 가지고 있었지만 모진 환경을 견디고 피어난 들판의 꽃처럼 아름다움을 보게하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예쁘고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 속에서 아름답게 그려지는 이야기도 좋지만,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게 하면서도 희망과 따스함을 생각하게 하는 동화는 더 묵직한 울림을 주는 것 같아요. 그 묵직한 울림이 세상을 헤쳐나갈 힘으로 다가가길.

제7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팔씨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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