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허수아비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52
베스 페리 지음, 테리 펜 외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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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허수아비

베스 페리 글 테리펜, 에릭펜 그림 이순영 옮김

북극곰

 
 

Scarecrow

허수아비를 일컫는 영어단어입니다.

까마귀 crow를 두렵게 scare 만드는 존재.

그런데, 책 표지에서는 자기 팔 위에 앉은 까마귀를 더없이 다정하게 바라보는 허수아비의 따스한 얼굴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집니다.

추수때 더욱 그 존재를 드러내는 허수아비.

허수아비는 어떨 때 행복을 느낄까요?

[한밤의 정원사]를 그린 따뜻한 그림의 펜 형제의 그림과 베스 페리의 글을 담은 그림책으로 만나보았습니다.

황금 들판을 지키는 허수아비.

사람형상을 하고 있어, 사람에게 호되게 당해본 경험이 있는 동물들은 이 형상을 무서워합니다.

애써 길러놓은 농작물을 몰래 가져가는 동물들을 농부의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은 손님이니까요.

오늘도 제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는 허수아비 입니다.

사람처럼 옷을 입고, 사람처럼 서있고, 허리도 굽히지 않는 이 허수아비는 친구가 없습니다.

동물들을 겁주려고 만들어진 허수아비에게 동물 친구를 기대하는 것 조차 어울리지 않는 것인지 모릅니다.

세워진 자리에서 가을을 지내고 겨울을 지내고 다시 봄을 기다리는 허수아비.

파릇파릇 새순이 돋아나던 어느 날,

허수아비는 하늘에서 떨어진 작은 생명체를 보게됩니다. 그것은 작은 까마귀.

그리고 허리를 굽혀 아기 까마귀를 들어올립니다.

허수아비가 자신의 허리를 굽혔다고? 그것도 까마귀 때문에?

 
 

이제껏 한번도 본 적 없는 허수아비의 모습.

새가 먼저 찾아온게 아니었네요.

허수아비가 자신의 허리를 굽히고 작은 새를 자신의 품에 안은 것이었네요.

서로가 누구인지는 아주 까맣게 잊어버린채요.

그렇게 까마귀를 품고 기른 허수아비는 다시 혼자가 됩니다.

새는 날아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니까요. 허수아비는 혼자인게 당연한 것이니까요.

그런데, 그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다가옵니다.

구멍난 가슴.

허수아비는 이전과 같은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존재적으로 다른 이들을 배척하기 위해 만들어진 허수아비.

그런 그에게 찾아온 아기새 한마리.

자신의 이름속에는 그와 적이 되어야 한다고 되어있는데,

허수아비는 그 생명을 자신의 온 몸으로 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의 모습을 새롭게 가꿉니다.

모두가 두려워하고 피하던 존재에서 모두를 안아주고 함께 품어주는 존재로.

행복한 허수아비는 그렇게 자기 옆자리에 빈 공간을 기꺼이 내어주었네요.

 
 

가을을 주제로 아이가 가져온 유치원 워크북에 마침 허수아비가 있었어요.

원래는 색종이를 찢어 붙이라고 되어 있는데, 스칸디아모스 액자를 만들고 남은 모스로 하고 싶다기에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폭신폭신한 느낌의 모스들이 평면의 허수아비를 푸근한 허수아비로 변신 시켰네요!

그림책 속의 허수아비는 까마귀를 품었는데, 워크북 속 허수아비는 잠자리에게 넉넉한 웃음을 나눠주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당연히 까마귀를 쫓아야 하는 것이 허수아비의 존재목적이라 여겼는데

까마귀와 친구가 되고 둥지가 되어 품어주는 허수아비의 모습에서 또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 준 책

[행복한 허수아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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