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기다리던 이야기 달콤한 그림책 2
마리안나 코포 지음, 레지나 옮김 / 딸기책방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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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책방] 이야기 기다리던 이야기

마리안나 코포 글,그림
레지나 옮김
딸기책방

 

 

 
 
 

파스텔톤의 귀여운 그림책.
제목이 독특해서 한참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이야기 기다리던 이야기?
'이야기'를 기다리던이니까...지금은 그 이야기를 만난 이야기를 적은 책인가?
항공우편 모양으로, 우표에 도장까지 찍힌 책으로 보아하니 이야기가 아주 멀리서 오는 듯도 한데..
얼른 책을 넘겨보았습니다.
이야기가 어디서 오는지, 어떻게 우리에게 오는지 궁금했거든요.

 

 

 

 

맨 처음 책은 백지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 몇몇의 인물들이 등장하네요.

'아무도 이들이 종이 위에 어떻게 왔는지
언제 왔는지 알지 못했어요.
무엇보다 왜 이곳에 왔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토끼와 안경낀 아이와 늑대인가요? 그리고 곰인듯 보이는 등장인물과...목이긴 아이.
마치, 세상에 던져진 이들같은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어떻게 왔는지, 왜 왔는지 존재가 시작되고 자신을 인식하면서 고민이 시작되는 것 처럼요.

 

그러다, 한명이 이야기합니다.
여기는 책 속인것 같다고! 그러자 다른 한 명이 말하지요. 그러면 이야기를 기다리면 되겠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기다리기 시작합니다.
딱 한 아이, 토끼는 달랐어요.
자신이 맨 가방안에서 그림도구를 꺼내더니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 흔적을 남기기 시작합니다.
작은 긁적임으로 시작된 그림은 나무가 되고, 새가되고, 공룡이됩니다.
새는 둥지를 틀어 보금자리를 만들고, 나무는 꽃이 피고, 나무를 중심으로 다른 친구들도 등장하지요.

그러는 동안 다른 친구들은 무얼하냐구요?
잠깐의 흔들림이 있긴 했지만 묵묵히 이야기를 기다리지요.
언젠가는 찾아올 이야기. 이야기는 늘 그렇게 찾아왔다고 믿으면서요.

 

그러던 어느날,
토끼가 만든 이야기는 어느새 책 속 흰종이를 가득 채우고
친구들은 그 속으로 자연스레 들어가게되지요.
기다리던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느냐구요?
황새가 물어다 주는 이야기를 받게되지요.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이미 이야기가 있는 걸요! 그리고 다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야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이들의 이야기로 말이에요!!

오늘날을 스토리텔링 시대라고 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야기가 흐르고 있고,
위인이나 특별한 사람만이 아니라
노년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자신의 인생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 수필 붐이 일어나고 있고,
자기 소개서를 작성해야 하는 입시생들과 취업준비생들에게도 이야기를 풀어내보라고 하는 시대입니다.
아이들은 어떤가요?
수학도 과학도 스토리텔링이라 칭하면서 이야기속에서 문제를 찾아 풀어보라고 합니다.
그러나 스토리텔링을 가장한 이면에는 누군가의 평가와 정답이라는 함정이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정형화된 이야기를 읽고 그와 유사한 이야기를 마음에 담기에 급급합니다.
이야기가 이야기가 아닌 공식을 찾아내려고만 하지요.
책 속에서 '이야기'를 기다린 친구들도 그런것이 아닐까요.
내가 '모험'을 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찾아오는 '그 '이야기를 기다리면서 위험부담을 줄여보고자 한 것.
그에 비해 토끼는 의도하였던것인지 그렇지 않았던것인지 상관없이 자신의 자리에서 그 시간을 충실히 즐겁게 보냈을 뿐인데
이야기가 등장하였지요. 모두를 품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나무가 될 이야기가 말이죠.

얼마 전 까지, 아니, 이 책을 보기 전까지
이야기는 특별한 누군가가 쓰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내 삶에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그때 글을 써봐야지 했었지요.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황새가 물어다 준 이야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일까? 하고 생각하게 된 것이죠.
나의 매일의 사소한 끄적임이 나도 모르는 사이게 새들이 깃들일 나무가 되어
내가 그리는 그림 이상으로 스스로 자랄 수 도 있다는 생각!
그래서, 나중에 이야기가 내게 배달되어 올 때
더 풍성하게 이야기가 확장되겠다는 생각.



이야기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그건, 이야기를 받아보고 그 겉봉투에 적힌 발신자를 보면 되겠지요.
나를 이 세상이라는 큰 도화지에 둔 건, 그 이야기를 기다리며 지금 있는 곳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라고 한 것은 아닐까요.
일상이 가장 위대한 이야기인 것 처럼.

예쁘고 단순한 그림책
그리고, 여러 생각을 하게 한 그림책
[이야기 기다리던 이야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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