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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 말을 걸다 - 외롭고 서툴고 고단한
신현림.신동환 지음 / MY(흐름출판)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아빠 살아계실 때 함께할 것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을 읽어 보았다.
나 역시 이 책의 저자처럼 엄마가 자리를 비운 지 어언 십여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엄마 계실 때의 아버지와, 안 계실 때의 아버지의 모습은 다들 비슷한가 보다.
이전엔 관심에도 없던 종교에 의지하는 남은 자의 모습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아버지에게서 아빠의 모습을 보았다.
엄마 계실 땐 그리도 넓어 보이는 어깨가 왜이리 더 좁고 허전하고 추워 보일까.
겨울이 오는 게 더 두려운 이유가 어쩌면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랴..
부부가 시작은 함께 할 수 있더라도 끝은 누구도 알 수 없으니..
먼저 간 자가 있으면 남겨진 자가 있는건 당연지사..

이 책은 저자의 아버지 이야기, 딸의 입장, 아들의 입장에서 본 아버지의 심리, 그리고 집집마다 다른 아버지들..의 이야기,
현 시대에서 아버지의 자리, 우리가 되찾아야 할 것들에 대한 단상뿐 아니라
저자의 동생인 정신과 의사 신동환 원장의 경험담을 통한 아버지의 기억 등을 컬럼 형식으로 중간중간 다루고 있다.

집에 두고 나오면 근심덩어리, 밖에 데리고 나오면 짐덩어리, 집에 혼자 두고 나오면 골칫덩어리, 같이 앉아 있으면 웬수덩어리, 심지어 젖은 낙엽이라고 말한다. - 6p
참으로 가슴아픈 말들이다. 이런 말을 듣는 아버지들의 마음은 어떨까.
평생 가족을 위해 일했건만 돌아오는 건 귀찮다는 말뿐..
아버지들의 자리는 과연 어디일까.
대체로 아내들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
"돈 좀 많이 벌어와요."
초등학생 아들의 눈에 비친 아버지의 모습..
"아빠는 잘 때나 오는 사람이에요."
아버지들은 속으로 울고 있는지도 모른다.
평생 돈을 벌어야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의 아버지들(물론 돈을 버는 어머니들도 마찬가지이거니와)은 어쩌면 하루하루 속으로 자신만의 슬픔을 한겹씩 쌓아가기만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기 위해 더 크게 텔레비전 볼륨만 높이는 것일런지도...저자의 말대로 모여 산다고 다 가족은 아닐 것이다.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할 때 비로소 한가족이 아닐까.
아이들의 마음 깊은 곳에 든든한 아빠의 존재가 깃들어 있다는 것은
아빠에게나 아이들에게나 축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눈높이를 맞춰야 할 것이다.
아빠는 아이들에게, 아이들은 아빠에게 서로를 향해서 말이다.
나는 아빠에게 무엇을 했던가..
단 하루라도 아빠와 함께 보내라고 저자는 권하는데, 아빠와 그리 친근함을 갖지 않는 나이기에 과연 그리 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앞선다.
아빠가 오히려 나를 거부하면 어쩌지?..라는 걱정도 살짝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쩌면 아빠는 원래부터 그 자리에 계속 서 있는데
내가 자꾸 멀리만 멀리만 나간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한발짝 더 가고, 한마디 더 먼저 해 드리자.
나의 아버지, 내 아빠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