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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왕 ㅣ 셰익스피어 예술 학교 3
노경실 지음, 박경화 그림, 유수미 각색,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 파랑새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가슴 아픈이야기로 꼽히는 리어왕을 만나 보았다. 학창시절 문고판으로 만나 본 적이 있었고, 교과서의 짧은 일부분으로도 읽은 적이 있었던 터라 그닥 낯설지 않았지만 그 비극으로 치닫는 슬픔은 나이가 어느 정도 들고 읽으니 더욱 체감할 수 있었다. 리어왕은 선과 악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본질과 정체성에 대해 깊이 있는 탐구를 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극단적인 선과 악의 대립, 악으로 인한 선의 종말, 악의 소멸 등을 통해 삶의 비극과 인간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리어왕의 등장인물이다. 리어왕과 세 딸, 두 사위, 그리고 그 신하와 집사들..결국 모두 비극적 종말을 맞이한다.

두딸에게 버림받은 리어왕의 절규와 운명..리어왕의 신하 글로스터와 그의 두 아들 에드거와 에드먼드 사이에 있었던 사랑, 질투, 욕망..
작가의 말대로 리어왕에 등장하는 부모와 자식들의 모습을 보면서 현재를 사는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재산을 가지고 있을 때에는 왕과 아버지 대접을 깍듯이 받다가 재산이 없게 되자 그냥 그런 노인 취급을 받는 리어왕..
그리고 재산을 갖게 된 딸들은 더 높은 곳에 오르고 싶은 끝없는 욕망..
더이상 두 딸들에게 아버지는 없는 존재이다. 아니, 늙고 귀찮은 존재이다.
한때의 오해로 막내딸을 프랑스로 보낸 아버지는 그제서야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막내딸과 재회하였지만 충분히 정을 나누기도 전에 글로스터의 서자 에드먼드가 보낸 사람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리어왕의 신하 글로스터는 콘월과 리간의 무시무시한 고문으로 두눈을 잃고, 믿었던 아들에게서 배신도 당하며 인생은 절망으로 가득하게 된다.
한낱 욕심과 질투에 눈이 멀어 더욱 큰 것을 잃고 만 두 딸들 역시 죽음으로 끝난다.
리어왕의 맏딸 고너릴은 리간에게 미리 독약을 먹여 죽이고, 또 스스로 가슴을 찔러 죽는다. 그리고 리어왕의 신하 켄트 역시 주인께서 부르시니 그 길을 따라 여행길에 오를 것이라는 대사로 보아 죽음을 암시하는 게 아닐까 싶다. 욕심, 질투, 욕망이 끊이지 않는 곳에서 끝까지 리어왕 곁을 지킨 켄트의 충성심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이 책은 뒷부분에 <희곡으로 만나는 리어왕> 코너가 있어서 앞서 읽었던 글을 실감나는 희곡으로 다시금 읽어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듣는 연극 리어왕> cd가 들어 있어서 생생한 연극을 들을 수 있는 재미도 있었다.


한 가족의 질투와 욕심이 이토록 비참한 죽음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낸 리어왕..
어쩌면 오늘날 어딘가에서도 보이지 않는 리어왕의 비극적 씨앗이 자라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 가족, 우리 학교, 우리 회사..그곳에서의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진실한 나로 거듭나기 위한 내 모습을 늘 마음속에 그리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나'를 위한 미래이고, 우리 가족, 나아가 우리나라의 미래 모습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번뿐인 인생, 비극적 결말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