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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ㅣ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평점 :
하루키의 미발표 에서이와 여러 책들의 서문, 해설, 그리고 질문과 그 대답, 각종 인사말, 짧은 픽션에 이르는 글들이 69편이 실려 있다.
20대 때인가 그의 소설 <상실의 시대>를 통해 그를 처음 만났다.
당시 주인공 여자 미도리..로 기억하는데, 소설 속 그녀는 좀 충격을 안겨주었던 듯하다. 내용을 온전히 기억은 못하지만 당시 그 소설을 통해 하루키를 알았던 기억이다.
이 책은 인간 하루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내용들이 많다.
그의 문학에 대한 생각, 그가 가까이했던 인물에 대한 생각, 그의 소설에서 빠질 수 없었던 음악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의 문학 동인이 되어 주고 있는 번역가로서의 삶 또한 읽어낼 수 있다.
짧은 글 속에서 만난 하루키의 재치 있는 입담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
내가 몰랐던 흥미로운 인물 이야기에 푹 빠져들기도 하며 읽었다.
다음은 지인의 딸에게 보낸 결혼 축사~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글이다.
음악은 그의 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어쩌면 그의 음악적 삶이 그의 소설적 배경으로 잔잔히 흐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는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을 모두 음반 사는 데 썼고,
20대때에는 7년간 레코드 가게를 운영할 정도로 음악에 심취했더랬다.
그래서인지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그의 음악적 지식 또한 놀라울 정도였다.
그가 오래도록 우러나는 맛이 있다고 극찬한 <펫 사운스> 같은 음반은 꼭 한번 접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비치보이스에 대한 그의 견해 또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미국 째즈 시대 하면 떠오르는 작가는 <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한 스콧 피츠제럴드일 것이다. 스콧과 젤다의 파란만장한 결혼부터 파멸에 이른 때까지 그의 문학에 대한 변화 과정에을 언급한 부분을 통해서
<밤은 아름다워>라는 작품을 처음 알게 되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말하자면 일필휘지로, 흘러넘치는 젊은 재능의 정점에서 완성해낸 '주피터'적인 작품이다.
그에 비해 <밤은 부드러워>는 고달픈 상황에서 시들어가는 활력을 총동원해 꾸준한 노력 끝에 완성해 낸 작품이다. - 329p
<밤은 부드러워>라는 작품에 대하여 자기 연민이 많고 훌쩍거리는 느낌이라고 말한 헤밍웨이와 도량이 커서 몰입의 깊이를 이끌어 준다는 평을 내린 하루키..
나는 어떤 느낌을 받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뒷부분에는 문예지나 신문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는데, 이를 통해서도 인간 하루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소설가로서 꾸준비 버전업을 하고 싶다는 하루키..
바로 옆에서 문답을 주고받는 것처럼 생생한 물음들이 오가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번역 작업은 하루키에게 늘 변함없는 글쓰기 스승이라고 말하며
그것을 통해 소설 기법 등을 계속 배워 나간다고 말하는 하루키에게서 뭔지 모를 겸손과 프로의식이 느껴진다.
최고의 위치에서도 무언가를 통해 꾸준히 배우는 자세, 그리고 계속 소설가로서 업그레이드를 하려는 마음이 오롯이 느껴진 하루키의 잡문집이었다.
그가 잡문집을 통해 언급한 소설들, 그리고 음악들..내가 접해 본 것보다 접해 보지 않은 것들이 많았으니 지금부터 그것들을 하나씩 접해 보고 나서 그의 잡문을 다시금 공유해 보고 싶은 생각이다.
<한우리 북카페 도서 지원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