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추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44
구도 나오코 글, 호테하마 다카시 그림, 이기웅 옮김 / 길벗어린이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가을배추인가봅니다.

작은 배추모종 위의 감나무가 붉은 열매를 매달고 있는 걸 보니 말입니다.


나는 누구일까?

너는 누구야?

라고 묻는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배추에게 감나무는

배추라고 알려줍니다.

그리고 속잎을 채워가는 작은 배추는 부지런히 자라지요.


하지만 처음부터 작은 배추는 밭이랑에 다른 배추들과 줄을 맞춰 자라지 못하고

바람에 실려 감나무 아래 땅에 심긴것처럼

조금은 부족하게 자랍니다.

하지만 그게 작은 배추의 속도겠지요.

다른 배추들처럼 커다랗진 않아도 자신의 크기에 맞게 속을 채웁니다.


커다랗게 자란 배추들이 트럭에 실려 채소가게에 갈때도

아직 크기가 모자라 같이 채소가게에 가지 못하지요.

저요 저요 손을 들어도 아무도 데려가지 않아요.

작은 배추는 빨리 자라서 채소가게에 가고 싶어하죠.


서리를 맞지 않게 춥지말라고 작은 배추의 몸에는 지푸라기가 묶여집니다.


점점 겨울이 다가오는데

작은 배추는 여전히 채소가게에 갈 정도로 크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저씨는 작은 배추를 쓰다듬으며

이곳에서 봄을 맞아 꽃을 피우고 나비랑 놀라고 말하죠.


배추꽃이라.

나는 한번도 배추꽃을 본적이 없어요.

정말 꽃을 피우면 어떤 모양일지.


작은 배추는 채소가게에 가는 것보다 더 멋진 꿈을 갖게 되었네요.


마지막에 작은 배추가 꽃대를 올리고 노란 꽃을 피운 그림은

봄을 부르는 그림같습니다.

새싹이 나고, 꽃이 피어야 봄이 되는 것처럼

작은 배추가 노란 꽃을 피우고

하얀 배추 흰나비들이 날아온 모습이 봄이다,라는 말을 뱉어내게 만듭니다.



작은 배추를 보며

우리집 아이는 그 배추가 자기 같았던 모양이에요.

추울까봐 짚으로 묶여진 작은 배추가 노란 꽃을 피울때까지 내내 안쓰러워했습니다.

채소가게에 가지 못하고 혼자 남겨진 걸 말이죠.

하지만 마지막에 꽃을 피우고 나비들을 만나는 모습에 아이는 안도하며 행복해 합니다.

감나무하고만 이야기하던 작은 배추에게 친구들이 생긴거니까요.

우리 아이도 엄마와 아빠에게 배우는 지식보다

날아온 나비처럼, 친구들에게 듣는 소식이 더 즐거울텐데...

올 봄 여전히 아이는 또 어린이집 생활을 할겁니다. 지난 몇년동안 그런 것처럼


올 가을, 겨울 이사를 하고

내년 봄, 아이가 여덟살이 되어 학교에 가게 되는 그때.

우리집 작은 배추에게도 하얀 배추 흰나비같은 새로운 친구들이 생겨나길.

그땐 우리집 작은 배추도 노란 꽃대하나 피워내길 바래봅니다.



엄마에겐 이 책이 <코를 킁킁>보다 더 봄에 어울리는 그림책 같군요.

유화 느낌의 거친 터치도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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