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랑별 때때롱 (양장) 개똥이네 책방 1
권정생 지음, 정승희 그림 / 보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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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님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내게는 작년 선생님의 타계 이후 엄마 까투리, 랑랑별 때때롱이 연이어 출간되어 다시 한 번 권정생 작가를 그리워하는 계기가 되었다.
제목도 이쁜 랑랑별 때때롱은 랑랑별이라는 곳에 사는 때때롱, 매매롱 형제가 지구별에 사는 새달이와 마달이와 어울리는 이야기다. 권정생 작가가 처음 쓰는 판타지 동화이지만 랑랑별이 나온다는 것과 그 랑랑별의 500년 전으로 가는 것 이외엔 기존의 시골정경과 순박한 아이들을 그린 이야기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머리말에서 인간복제에 대한 우려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 작가는 엄마없는 송아지, 엄마없는 아이들이 과연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작가의 주제는 책 속에 그리 크게 차지하지 않는다. 여러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지식전달위주의 교육문제, 풍요롭지만 결코 행복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이야기를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동화의 내용과 어울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특히 즐거웠던 건 아이들 이름을 발음할 때 나는 기분 좋은 느낌이다. 랑랑별, 때때롱, 매매롱, 새달이, 마달이. 온전히 한글로만 이루어진 이 발음들이 낯설면서도 익숙한 느낌을 준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노년의 작가가 어떻게 이렇게 가장 동심이 담긴 이름과 아이들의 말투와 생각, 행동을 보여주는지 감탄하면서 읽었다.
그리고 이야기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그림은 어린 시절 할머니 집 벽에 어두운 촛불을 켜고 그림자놀이를 하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검은 그림자로만 그려진 그림은 그렇기 때문에 더 그림에 집중하며 마달이와 새달이의 특징, 때때롱과 매매롱의 특징을 구분지어 찾을 수 있게 만든다.
평생 소유욕이라고는 부린 적 없는 권정생 선생님이기에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은 사람답고 동물은 동물답게 그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권정생 선생님과 같은 꿈을 꾼다.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는 공부가 아닌 장난치기이고, 아이들은 시골의 땅을 밟고 자라고, 자연과 사람이 서로를 해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이상적인 곳. 아마 선생님은 이미 그곳에 계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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