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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하는 중국 - 현대 중국 지식인의 담론과 중국 현실, 중국학총서 1 ㅣ 중국학총서 1
왕후이 외 지음, 장영석.안치영 옮김 / 길(도서출판)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지금 이 시간, 나는 왜 잠들지 않고 깨어있는가? 과연 미네르바의 올빼미가 되기를 바라고 깨어 있는가?
지난 시간들이 상념처럼 떠오른다. '중국'이라는 타이틀을 걸머지고 원서를 비롯하여 국내에서 나온 중국에 관한 고전과 현대의 책들을 적지 않게 읽어왔다고 내 스스로 자부하였다. 머리속에 남아 있는 책의 제목만 하더라도 오거서는 안되도 삼거서는 되지 않겠나 생각했다. 그러나, 그러나, 과연 지금까지 내 관심의 초점을 이루고 있던 '중국'은 무엇이었던가? 한마디로 죽어 박물관에나 전시될성 싶은 그런 '중국'이 아니었던가? 역사적 중국이라는 것이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닐지라도, 분명 그것은 이미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것을 관념적으로 유희하면서 내 스스로 '중국'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언제인지는 몰라도 내 스스로 죽은 귀신들과 놀던 그 관념의 유희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분명 강단에서 벗어난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바로 그때 '살아있는 중국'에서 놀자는 강력한 유혹이 나의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갔다. 족히 10년은 흘러 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시간을 흘러가고 있지만, 이미 나의 '중국'은 '죽어 있는'중국이 아니라 '시장처럼' 생생하게 살아 있는 '중국'이었다. 죽어 있는 중국과 놀고 있는 이 땅의 많은 '중국' 전문가들이 있지만, 그들은 중국학자가 아니라 '고전학자'였다. 분명 그 '고전학자'의 역할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역사적 반성'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 '지적 유희'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 나름대로의 역사적 역할이 분명 존재하겠지만, 피터지는 이 세계화된 현실에서 이 땅의 수많은 '중국학자?'들이 지적 허영이나 관념의 유희에서 머물고 있다면, 이제는 과감하게 자신은 '중국학자'가 아니라 '고전학자'라고 스스로 자인해야 하는 것이 이 땅의 현실 아니겠는가 자문해 본다.
왜 이러한 넉두리를 앞서 주절주절 늘어놓는가? 그 이유는 바로 이러하다. 해방 이후는 차치하고서라도 최소한 80년이후 지금까지 '생생한 중국의 현실'을 <<고뇌하는 중국>>만큼 날것 그대로 드러낸 책이 있었던가? 날것 그대로 드러냈다고 해서 마치 르포식 생생체험기가 아닌 당대 중국의 최고 지식인이라고 평가받는 이들이 자신의 이론으로 무장하여 정치, 교육, 경제, 젠더, 문화, 제도 등등 다양한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중국의 현실'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당대 중국의 이해하는, 지금까지 나온 책 가운데 최고의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중국 최고의 지식인들을 다양한 포커스에 맞추어 이 책을 구성한 왕차오화는 실질적으로 이 책의 저자이다. 국내에 이미 그 이름이 소개된 왕후이, 친후이, 천핑위안, 왕샤오밍, 첸리췬 등의 글을 읽으면서, 그들이 자신들의 책 속에서 말하고 싶어했던 것들을 '고뇌하는 중국'을 통해 다시 보게 되었다. 이것은 지도가 없이 '중국'이라는 망망대해를 헤매이던 지난 시절에 대한 보상처럼, 하나의 지도를 그려주면서 왜 그러한 지도가 그려질 수밖에 없는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하나의 전범?과 같은 책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책을 찾아 힘들게 번역하고 출간한 출판사에 고마움을 표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중국의 '고전학자'에서 벗어나 '살아있는 중국의 현실'을 정치하게 고민하고자 하는 이 땅의 진정한 '중국학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이 땅에서 이 책에서 언급된 그 책들을 통해 내 나름대로 하나의 지도를 그려보고자 하는 일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겠지만, 학문적 도전을 해 보게 만든 것 또한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학문적 출판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길'이 길고도 넓게, 그리고 겉으로 드러난 현상의 이면을 정치하게 파고들어가는 심층적인 '길'의 <<중국학총서>>가 될 수 있는 화려한 서막을 열었으니, 이제 그런 날들과 그런 책들이 이 땅에서 '중국'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결국 '유희'로서 '중국학=고전학이 아닌 이해와 공생을 지향하는 미래 학문에서 우리는 어떻게 '중국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것이 이 땅에서 갖고 있는 함의는 무엇인가를 대오각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단순하게 '중국(철)학'만이 아니라 경제학, 법학, 정치학, 여성학, 문화학 등등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매우 유용한 고급 독서가 될 수 있다. 이것은 하나의 '전체적인 학문'의 지도를 그려줄 수 있는 '인문학'의 정점으로서 철학의 역할이 결코 사라질 수 없음을 반증한다. 따라서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죽을 수가 없다.
각설하고,
이 땅에서 '전통적'인 중국학에서 벗어나 새로운 '중국학'을 모색하는 이들이여, 이 책을 탐독하라.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