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1920~1940
엘리자베스 키스 외 지음, 송영달 옮김 / 책과함께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영국의 여인, 엘리자베스 키스가 이 땅에 살았던, 그러나 지금은 그 모습조차도 아련한 수많은 우리의 이웃 사람들의 모습을 따스한 필치로 그려낸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점점더 우리의 본 모습을 잃어가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여인네들의 다양한 모습들이나, 양반가의 사람들, 필동이, 노인, 훈장어른, 앙징맞은 꼬마 아기들, 내시 관리, 장군들을 묘사한 그림은 마치 한폭의 인물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한번 보자. 키스 여인이 묘사한 필동이의 모습을..

"필동이는 내가 그린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고집이 세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저런 단점이 있기는 하여도 필동이는 정직하고, 충성심이 많고, 믿어도 될 만한 사람이었다. .....

이러한 묘사를 통해 볼 때..이 책의 곳곳에서 드러나는 것이지만.....키스 여인이 이 땅, 그 당시가 바로 일제강점기였던 1920년에서 1940년이라는 것을 상기하고 읽는다면.....의 수많은 민초들 가운데 하나였던 필동이를 얼마나 따스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기에 위와 같이 묘사할 수 있었는지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주로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각기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산과 들, 도시 일상의 풍경들도 꽤 많은 비중을 두고 묘사하였다.

이제는 이러한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점점더 사라져 가고 있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우리 주위에서 찾고자 한다면 키스 여인처럼 우리네 손으로도 일제 강점기에 살았던 민초들의 모습을 복원해 낼 수 있는 그런 날들이 올 것이리라.

이 책은 비록 이방의 여인이 묘사한 것이지만, 전혀 이방인의 냄새가 나지 않는 우리네 삶의 속살을 살짝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따스하다. 키스의 달콤함을 넘어서.....

또 한가지 이 책을 번역하신 역자 선생님 또한 오랜동안 이방에서 살면서, 우리의 모습을 찾고자 무척 애쓰셨다는 점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혹은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도 이처럼 거금을 들여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작업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아무런 이득도 되지 않을 그런 일에...키스 여인의 작품을 하나하나 구하고 독해하면서 이 책을 다시 꾸며 낸? 것에서 역자 선생님 또한 이 땅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따스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스한 사람들끼리 만나 우리의 삶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장면을 한번 상상해 보시라..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지 않을까?

먼저 그림들을 천천히 살펴보고 나서 글을 읽는다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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