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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웃음 - 김승옥의 시사만화 <파고다 영감>을 통해본 4.19 혁명의 가을
천정환.김건우.이정숙 지음 / 앨피 / 2005년 11월
평점 :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km'라는 이정비를 보았다." 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무진기행을 기억한다...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 시골길을 에돌아 걸어갔던 그곳에 'n'이 이어붙은 사람이 있었을을 기억한다. 그렇게 김승옥이라는 매혹적인 작가도 기억하고 있었다. n이 사라진 이후로 '무진기행'은 두 번 다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그것을 읽거나 보거나 냄새맡거나 접촉하가나 간에....그런데 무진기행=김승옥으로만 내 기억속에 남아 있던 '그'를 다시 불러 내도록 만든 책을 만났다. 바로 그가 소설을 본격으로 쓰기 전인 대학 초년생 때 그렸다는 시사만화 '파고다 영감'을 그 당시의 시대 상황과 연계시켜 묘사한 '혁명과 웃음'을 만났다. 소설가로만 알고 있었기에 그의 전집을 구해 놓고...아직 절반도 다 읽지 못했지만...언제가는 다시 한번 독파하리라 마음만 먹고 있었던...n이 해방될 때... 차에 이 책을 만났다....이 몸이 태어나기도 전인 1960년대의 상황...특히 혁명과 쿠테로 기억되는 시기...을 김승옥이 그린 시사만화에 짝을 지어 그 당대의 상황을 세세하게 풀어 놓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왜 웃음지을 수 없는가 생각해 보았다....혁명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세계가 사라짐에 대한 한 청년 지식인의 시니컬한 웃음소리만 들려온다...해방을 꿈꾸던 젊은 지식인에게 그것이 사라지고 남아 있는 자리에는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 해방은 커녕 점점더 우리의 삶을 옥죄고 있는 이 추악한 세계화 시대에 우리는 지금도 해방을 꿈꾸고 있는가? 가능한 일일까? 점점더 날로 악화되어 가기만 하는 이 땅의 현실에서 '혁명'과 '해방'은 여전히 젊은이들의 마음을 유혹하는 단어가 될 수 있을까? 그들도 꿈을 꾸고 있다. 바로 돈으로부터, 노동으로부터 해방을..... 그러나 그 해방은 바로 우리 자신을 기만하는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체 하고 있다. 그것이 답답했었고, 그 답딥함에서 해방되고자 산모퉁이를 돌아가면 있었던 .n.의 자리로 늘상 걸어갔다. 그리고 다시 도회적 삶으로 돌아오는 그 반복된 일상에서 이제는 나 또한 해방과 대척된 속박의 세계로 점점더 깊이 잠수하고 있다. 그리고 그 언제가는 죽음을 맞이하면서 해방을 느끼겠지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 때는 이미 늦은 것임을....돌아갈 수 없음을..여전히 조지고 부시는 자만이 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고 꿈꾸는 자들이게 왜 쓴웃음을 지울 수밖에 없을까. 그것이 가족이든, 작은 규모의 사회집단이든, 국가든, 민족이든 간에....경계없는 세상은 정녕 꿈속에서만 이룰 수 있는 천명의 반혁..혁명...인가? 그 해방은 바로 기존 질서와 가치의 전복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일까? 가족의 가치, 집단의 가치, 국가의 가치, 민족의 가치 아니 우리가 생각해 왔던 그 모든 세계관을 전복시킬 때만 혁명-해방-웃음은 가능한 것이 아닐까? 바로 세계관의 전복...철학의 전복...역사의 전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