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에게 보낸다 - 퇴계가 손자에게 보낸 편지
이황 지음, 정석태 옮김 / 들녘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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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가을 저녁,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정답고 따스한 칼 국수 한 그릇에 행복이 넘치는 그런 저녁이라면....

자필로 편지를 써서 따스한 정을 나누었던 그 옛날의 기억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지금은 메일이라는 첨단의 기계적인 글들이 넘치는 세상에 삐뚤빼뚤하지만 그 속에 담긴 사랑과 격려의 글을 보내고 싶다. 그 대상이 가까이는 나의 어머니에게 가까이는 나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사람에게 정성담아 편지 한통을.....

'안도에게 편지를 보낸다'는 퇴계 선생이 자신의 손자인 안도에게 자신의 손자 사랑을 담아 보낸 편지들을 모아 놓은 책이지만, 이 속에는 손자에 대한 퇴계의 엄하면서도 자상한 사랑을 듬뿍 느낄 수 있는 편지글이다. 어른을 어른으로, 마치 할아버지의 수염을 잡아챙기는 버릇없는 손자들이 많은 이 세상에서 올바른 사람 됨됨이를 따스한 마음으로 보살펴주는, 퇴계의 사랑교육이 이 글들의 행간 속에 스며들어 있음을 느꼈다. 조선의 고고한 지식인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우리 곁에서 오랜 삶의 경험을 친절하고 애정깊게 이야기 해주는 퇴계 할배를 만날 수 있었던 그런 시간이었다. 우리는 모두 늙는다. 물욕이나 명예에서 벗어나 우리네 곁에서 언제나 때론 엄하게 때론 자상하게 삶의 나침반이 되는 그런 사람으로 늙고 싶다.

퇴계와 안도라는 할배와 손주와의 사이에서 오고 간 편지글이지만, 이 편지들 속에서 가족간의 소소한 일상사나 이 글을 번역한 이의 꼼꼼한 설명으로 조선의 한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든 것 또한 가외의 소득이었다.  퇴계가 안도에게 보낸 편지에서 느낄 수 있는 세세한 가르침 한토막은 이러했다.

네 편지에 "아버지는 10일에 길을 떠나십니까?(父定發於十日耶)'하고 묻는 말 중 끝의 '야'자는 '부(否)'자로 써여 한다. 여기에는 '야'자를 쓸 수 없다...

이외에도 퇴계의 따스하고 엄격한 사랑을 느끼고 싶은 분께 일독을 권한다.

나도 오늘은 편지를 한통 써야 겠다. 잊을 수 없는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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