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중국사상과 동아시아 - 보편공동체를 위하여
조경란 지음 / 태학사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중국 현대의 저명한 판화가인 趙延年(짜오이옌니옌)의 판화를 자세히 살펴보자. 이 판화는 국내에서 <<아큐정전>>으로 잘 알려져 있는 루쉰의 작품을 판화로 형상화시킨 짜오 선생의 작품에서 따온 것이지만,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짜오 선생의 다른 작품, 예컨대 루쉰의 정신을 가장 함축으로 드러냈다고 하는 <<들풀>이라는 작품..판화 작품..가운데 몇 작품, 예컨대 <가을 밤>이나 <개의 힐난>같은 짜오 선생의 작품은 여전히 나의 뇌리에 깊숙히 박혀 있다. 이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짜오 선생의 그 작품들이 눈 앞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왜 그러했을까?

저자의 연구서들을 살펴보면 저자는 집중적으로 중국 근현대사상을 연구하고 있는 국내에서 손꼽을 만한 연구자인 것 같다.!! 근현대나 당대 중국의 사상과 지식계의 정황을 살펴볼 수 있는 책들이 적지 않다...시쳇말로 교양의 범주에 들 수 있는 책들은 제외하고, 이러한 측면에서 번역서이든 저술이든간에 아직도 국내에서는 초보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지만....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가부장공동체에서 보편공통체로의 전환문제나, 이러한 전환의 과정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국민''국가'민족''개인' 등의 문제에서 저자의 치밀한 논리와 의식을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보편공동체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중국에서의 '인권'과 '시민사회'의 탐구는 이 책에서 매우 중요한 핵심 주제라고 할 수도 있다. 또한 3부에서 다루고 있는 당대 중국 지식계의 방향과 문제의식은 당대의 중국을 이해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과거의 지식으로서, 그리고 교양의 수준에서, 또한 전지구의 자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남보다 먼저 중국 시장을 개척, 공략해야 한다는 현상적인 경제논리를 분석한 책들이 다룰 수 없는 것들을 이 책은 유기적인 문제의식으로 당대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행간의 논리를 이 책에서 충분하게 드러내었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저자가 드러낸 문제의식은 지금 이곳에서도 여전히 논쟁거리로 남아 있는 '근대적응과 근대극복이라는 이중적인 과제'를 탐구하는데 있어서도 중국은 하나의 좋은 타산지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점점더 경량화되고 파편화되어 하나의 '상품'으로서의 역할밖에 하지 못하고 있는 읽을거리들 가운데 이 책은 진지하면서도 깊이 있게 노력하는 학자적 연구역량을 드러낸 책인 것 같다.!! 분명한 문제의식을 갖고서 부단히 그 문제..근대적응과 근대극복의 이중성...를 천착하여 이렇게 결과물을 드러내었다. 그러나 완성을 향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미 여타의 책에서 읽었던 몇몇 글들을 다시 접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 또한 없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