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건 언제나 문득 온다 - 정끝별 여행산문집
정끝별 지음 / 이레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혹간 새벽의 고요함을 방해하는 이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들은 왜 길고양이 처럼 이밤을 떠다니고 있을까.........불나방처럼 화려한 도시를 시간이 아까워 배외하는 것일까..............알 수 없다.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새벽, 창문을 통해 시원한 빗소리와 함께 전해오는 바람에 내 커다란 책상 옆의  치자꽃 향기는 정말로 진하디 진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하얀 치자꽃은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이내 떨어진다. 그 향기가 아까워 꽃을 주워 책상 머리 맡에 올려 놓는다. 그러면 시간과 함께 그 하얀 꽃은 이내 주홍 빛으로 변하고 끝내는 황토색으로 갈무리를 한다. 이렇게 내 책상 위에는 여섯 송이의 치자 꽃이 있다. 그리고......또 기다린다. 하얀 치자 꽃이 새롭게 피어나길........

한때, 시골에서 선생 노릇을 하던 그 언젠가 정 많았던 그 여학생이 화원에서 사왔을 것 같은 치자 한송이를 건네 주었다. 그때는 몰랐다. 이렇게 치자꽃의 향기가 진한 줄은................................방학이 되어 시골에 거의 내팽겨놓고 왔던 그 치자나무는 무정한 사내에 의해 죽임을 당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내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그 치자꽃 향기가 언제부터인가 내 관심의 영역으로 소리없이 다가왔다. 하여 화원에 갈 때마다 치자 나무를 찾곤 하였다. 꽃 향기에 비해 정말 볼품없게 자라는 치자나무는 꽃향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기에 거금을 조금 들인다 하였도 볼품있는 치자 나무를 구하려고 늘 마음에 담고 있다. 이 한 해가 지나면 봄에 또 다시 치자나무를 찾아 화원으로 여행을 떠날 것이다.

정끝별 시인의 책 "그리운 건 언제나 문득 온다"를 읽었다. 그렇다. 그리운 것은 언제나 자신도 모르게 문득 찾아온다. 한편으로는 가슴 아프게, 또 한편으로는 아련하게, 그것이 추억이든 사랑이든 미움이든 간에 정말로 우연처럼 갑자기 다가온다. 길을 가다보면 코 끝에서 감지하는 그 알 수 없는 향기에서도 또 그리움은 문득문득 나에게로 다가온다. 그러면............................................

이내 발걸음을 재촉하여 그리움을 放逐해 보기도 한다.

서천의 한산모시축제를 구경한 뒤 춘장대, 홍원항, 마량포구로 이어지는 그 길을 갔었다. 봄바람과 함께......또한 이 책에서 언급한 강화도의 동막리, 물의 도시 춘천, 신두리 포구 등등도 그리움의 기억들과 함께..........

그러나 봄날은 시간을 따라 흘러 가듯이 사랑도 흘러간다. 기억과 그리움속으로 흘러간다......... 그리움을 찾아 홀로 그곳에 다시 가 본다면 과연 그리움의 대상처럼 내 기억속으로 뚜렷이 그/녀가 뚜벅뚜벅 걸어 올까? 알 수 없다.

내일은 시장에 나가 쭈께미 한 묶음 사다 차가운 소주잔을 기울여 봐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