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리커버 특별판)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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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드러난 평범한 인생.
하지만 내면의 열정과 외부에 대한 경멸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과정을 보며 지금 나 또한 그 어느 한 지점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정을 끌어들인 것은 일상의 예상치 못한 찰나이며 열정을 사장시키고 피로감을 활성하는 것은 현실에 늘 있던 문제다.
열정의 대상은 영광이 되기도 하며 상처로 남기도 한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탓을 할 수가 없어서 영광과 상처를 묻어두고 나아갈 뿐이다.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고, 그렇지만 그러지 않아도 상관없다.
스토너씨가 나아간 길의 끝은 그렇다. 우리가 의식의 끝에서 깨달은 바가 그와 같다고 생각하면 먹먹하다.
왠지 모를 차분함과 인내 속에서 현재에 대한 물음은 강화된다.

한편으로 지금 내가 겪는 일들이 모든 인생의 내면에 새겨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는 위로를 받는다.
그것이 소설의 역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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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 타고난 성향인가, 학습된 이념인가
존 R. 히빙.케빈 B. 스미스.존 R. 알포드 지음, 김광수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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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것은 어쩌면 나는 중앙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고유하게 가진 인식 체계에 따르면 진보든 보수든 좀 더 가까운 성향은 있겠으나, 

환경적으로 생긴 영향에 의해서 상쇄된 부분이 있는 것인지 결론적으로 나는 정치 성향이 뚜렷하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흥미로운 구절들이 많다.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다르게 설계되었다고 하니 이 책을 읽고 해석하는 방식 또한 다르지 않을까.

최근에 정치 성향이 명확한 지인에게 내가 이 책을 읽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역시나? 그녀는 책의 내용과 무관하게 반대쪽 성향에 대해 혐오의 말을 뱉었을 뿐이다. 

이들에게 누가 설명을 해야 설득이 될까!


사람들은 재능이란 의지로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태도는 그렇지 않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 P103

행동의 전체적인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면 ‘정상/비정상‘ 또는 ‘자폐/비자폐‘ 와 같은 제한적인 이분법보다 인간관을 더욱 건강하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 P109

핵심은 개방성과 성실성에 관한 설문 항목이 정치적 질문을 포함하지 않음에도 지속적으로 정치 성향과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인간 심리의 깊은 곳에 사람의 생각과 감정, 행동에서 좋고 싫음을 결정하는 요소가 있음을 시사한다. - P141

진보주의자는 지구 온난화처럼 불안감을 조성하는 내용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수용하려는 반면, 보수주의자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에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루어 보면, 과학을 향한 공격이 보수파에서 더 많이 일어나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 P186

우리는 각자 특정한 정보 처리 체계를 형성하는 고유한 신경계가 내재해 있으며, 이는 특정 정치적 태도와 행동에 찬성 또는 반대하는 성향을 만들어 낸다. - P216

정치 기질이 생물학적으로 근거한다면, 얼굴을 통해 그것을 드러내는 일은 당연하다. - P217

..인간의 뇌는 행동과 태도를 형성하면서 유전의 역할을 축소하는 서사를 구축하려는 경향이 있다. - P267

트럼프 숭배자와 혐오자 사이에 닮은 점이라고는 겉모습밖에 없기 때문이다.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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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 존재의 연결을 묻는 카를로 로벨리의 질문들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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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살짝 유행은 지나가는 듯하지만, 그리고 물론 재미를 위해서겠지만, MBTI의 T와 F 성향을 극단적으로 나누고 T는 비사회적인 인간으로 분류하는 상황에 대해 체함을 느끼던 차에 이 책은 마치 소화제 같았다. 


우리는 어떤 대상에 대해 말하고자 할 때, 그것이 실체가 있든 없든 쉬운 과학 용어를 빌려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단순한 예로 감정이 요동치는 파동과 같다거나 인간관계의 끌림을 자석의 인력이라고 표현한다거나 아주 일상적으로 쓰는 표현에도 철학적 주제와 과학이 어우러져 있음을 우리는 잘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최소한 알고 있다고 여기는 관계에 대해서 우리는 두 가지를 함께 사고 하도록 발달해온 증거이며 이 책은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전한다. 

내가 읽고 있는 것이 과학서인지 철학서인지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작가의 차분하고도 굵게 호소하는 어조에 매료되어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참신함이나 이상함이 아닙니다. 그것은 당연해 보이는 것을 의문시할 때 겪는 뿌리 깊은 어려움입니다. 우리는 어찌나 이미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 P113

몇 년 전 어느 일간지 문화면에 실린 글에서, 저는 탁월한 시인의 시적 상상력과 위대한 현대 과학자의 과학적, 수학적 상상력 사이의 이 놀라운 일치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 P159

오늘날 처져 있는 주장 중의 하나는, 문화적 맥락이 서로 다르면 누가 맞고 틀리는지 따지는 일이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 P181

우리는 결코 자연에서 모순을 발견한 적이 없습니다. - P201

고통은 우리가 무언가를 피하도록 유도하는 자연스러운 반응에 붙이는 이름일 뿐입니다. 즉, 뇌에서 우리 자신을 표상하는 부분에 도달하는 신호에 붙이는 이름입니다. 의식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는 고통이 경험의 개별성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 열쇠하고 생각합니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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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로봇공학자 다니엘라 루스의 MIT 로봇 수업 - 인간과 로봇이 함께하는 찬란한 미래
다니엘라 루스.그레고리 몬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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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공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로봇으로 만들 수 있다." 가 이 책의 주제다.


로봇의 응용처가 어디서 인가 들어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로봇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의 변형이라는 생각이 더 크기 때문인 듯 하다. 


얼마 전, 휴가를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 

그 휴게소에는 자동화된 푸드코트가 있었다. 라면이나 찌개 등 음식을 로봇이 조리하고 전달했으며 직원은 마지막 쟁반에 놓는 과정에서 품목과 수량 체크, 그리고 아직 로봇이 하지 못하는 친절한 안내를 담당하고 있었다.  

몇 년 전, 어느 식당에 갔을 때, 로봇이 음식을 전달해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게 생각났다.

그 때에 비하면 현재 휴게소 주방의 거대한 변화가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로봇이 이미 우리 생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휴게소 전체가 로봇으로 변한다고 해도 오, 좋아졌네 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기계는 화성처럼 척박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데 더 뛰어나고, 인간은 고차원 의사 결정에서 더 우수하다. ... 이들은 인간 탐험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위해 길을 닦아주는 역할을 한다. - P59

자연과 인공 환경에 존재하는 그 어떤 형태도 로봇으로 만들 수 있다. - P106

특정 상황에서 기계학습 및 인공지능 모델이 무엇을 할지 완벽한 확신을 가지고 예측할 수도 없다. 이 모델들은 너무 복잡하다.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내기는 정말, 정말 어렵다. 이들은 단지 답은 제공할 뿐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 답은 정답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째서, 그리고 어떻게 그런 답을 도출해냈는지는 설명하지 않으며, 네트워크가 너무 복잡해서 이를 역추적해 분석하기도 거의 불가능하다. - P230

기술이 자동화하는 것은 직업이 아니라 작업이다. - P311

MIT 미래의 일 대책위원회....의 이름에도 내포되어 있듯이 이 위원회가 담고 있는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우리가 ‘일의 미래‘ 보다는 ‘미래의 일‘에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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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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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AI가 인간을 먹고 자란다'는 제목만 보고 AI의 인간 행동 학습에 대한 책인 줄 알았다. 서문을 읽고 서야 AI가 먹는 것은 인간에 대한 학습이 아니라 인간의 노동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데이터셋 주석 작업 부터 데이터 센터, 아마존의 물류 노동, VC 그리고 노조 활동까지 AI 산업의 몰랐던 면을 알게 되었다. 나는 데이터를 만들고 소비하며 유망한 AI 개발 기업에 투자하는 개인이다. 생계에 묶인 노동 현장에 대해 내가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라와 기업의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 노동자, 노동 운동가들의 조직이 결성되고 국제적 움직임이 하루 빨리 효력을 낼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급격한 성장과는 대조적으로 AI의 개발 과정은 극도로 불투명하다. 전 세계적으로 AI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정확한 수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최소 수백 만 명에 이를 것으로만 추정된다. - P17

AI가 인류를 멸망 시킬 정도의 위협이 가까운 미래에 실제로 닥칠 가능성은 낮다. 현재 인류는 햄스터 수준의 지능을 가진 자율 시스템조차 개발하지 못했다. ... LLM이 아침에 일어나 "나는 인간의 명령에 계속 복종해야 할까? 같은 고민을 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 P94

기술은 인간이 설계하고 개발하는 것이며 그것을 만든 인간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 P97

감정적 연결이 결여된 AI는 결국 공허하고 무의미한 도구로 남을 수 밖에 없다. - P117

아마존의 물류 네트워크 스카우트는 공급망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조율하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정교한 자동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묘사된다...모든 과정이 스카우트의 통제 아래 이루어진다. - P190

착취 기계 속에 얽혀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스템의 전반적인 운영 방식에 대해 아무런 발언권이 없다. 반면, 소수의 사람들은 AI의 미래 경로를 결정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권한을 가진 채, 세계를 바꿀 선택을 내리고 있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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