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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 존재의 연결을 묻는 카를로 로벨리의 질문들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6월
평점 :
이제 살짝 유행은 지나가는 듯하지만, 그리고 물론 재미를 위해서겠지만, MBTI의 T와 F 성향을 극단적으로 나누고 T는 비사회적인 인간으로 분류하는 상황에 대해 체함을 느끼던 차에 이 책은 마치 소화제 같았다.
우리는 어떤 대상에 대해 말하고자 할 때, 그것이 실체가 있든 없든 쉬운 과학 용어를 빌려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단순한 예로 감정이 요동치는 파동과 같다거나 인간관계의 끌림을 자석의 인력이라고 표현한다거나 아주 일상적으로 쓰는 표현에도 철학적 주제와 과학이 어우러져 있음을 우리는 잘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최소한 알고 있다고 여기는 관계에 대해서 우리는 두 가지를 함께 사고 하도록 발달해온 증거이며 이 책은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전한다.
내가 읽고 있는 것이 과학서인지 철학서인지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작가의 차분하고도 굵게 호소하는 어조에 매료되어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참신함이나 이상함이 아닙니다. 그것은 당연해 보이는 것을 의문시할 때 겪는 뿌리 깊은 어려움입니다. 우리는 어찌나 이미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 P113
몇 년 전 어느 일간지 문화면에 실린 글에서, 저는 탁월한 시인의 시적 상상력과 위대한 현대 과학자의 과학적, 수학적 상상력 사이의 이 놀라운 일치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 P159
오늘날 처져 있는 주장 중의 하나는, 문화적 맥락이 서로 다르면 누가 맞고 틀리는지 따지는 일이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 P181
우리는 결코 자연에서 모순을 발견한 적이 없습니다. - P201
고통은 우리가 무언가를 피하도록 유도하는 자연스러운 반응에 붙이는 이름일 뿐입니다. 즉, 뇌에서 우리 자신을 표상하는 부분에 도달하는 신호에 붙이는 이름입니다. 의식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는 고통이 경험의 개별성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 열쇠하고 생각합니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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