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들키고 싶은 비밀 ㅣ 신나는 책읽기 5
황선미 지음, 김유대 그림 / 창비 / 2001년 12월

머리말에 “미안해”로 시작한 엄마의 글이 맘에 더 와 닿는다.  “아빠처럼 출근해서 일하고 싶었고 돈도 벌고 싶었어.   집에서 엄마로만 사는 게 싫증났던 거야.  한 가지 일만 오래하다 보면 누구나 지치게 마련이잖아.  ~~~덕분에 우리는 가끔 외식도 할 수 있었잖아.”  꼭 내 마음을 나타내는 것 같다.  엄마나 아내, 며느리 보다는 나로 살고 싶다는 마음.  그래서 더 서글프기도 하다. 
이책은 아빠, 한결이, 은결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빠는 치주염이 심하다.  치료를 받아야 되지만 진통제만으로 버틴다.  주사가 무서워 병원에 가지 않는다고 하지만 어쩜 돈이 무서워서 가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이가 빠지기도 하고 입에서 냄새가 나기도 하며 고통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한결이는 5학년이다.  컴퓨터 게임을 좋아한다.  그래서 학교에서 오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지만 학원갈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간다.   동생에게는 컴퓨터에 손도 대지 못하게 한다. 
은결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엄마가 할인점 반찬 코너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조금씩 모으는 돈에 손을 대게 된다.  아무도 없는 집안에 들어오기도 싫고 텔레비전 보는것도 지겹다고 생각하며 문구점 게임기에서 게임을 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군것질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선생님한테 보이는 일기를 쓰지 못하게 되고 벌을 쓴다.  기다리는 친구에게 미니카를 사주기 위해 다시 엄마의 지갑에 손을 대게 되고 유리잔을 깨뜨린다.  유리조각이 발뒤꿈치에 박혀 아프다.  차라리 엄마가 먼저 알아주었으면 싶지만 엄마는 모른다.  말하고 싶지만 차마 말을 하지 못한다. 

엄마가 직장 생활을 한다면 식구들 모두 서로 관심을 가져줘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한결이가 형으로써 동생을 돌봐 줬다면 은결이가 엄마의 지갑에 손을 대었을까? 한결이는 부모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은결이는 형에게 손해 본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형만 좋은 것 다 갖고 컴퓨터도 못하고 블록도 혼자만 갖고 노는 형을 보면 속상한 맘이 더 많았을 것 같다.   그래서 형제애가 느껴지지 않던 것이 형이 태권도 대회에 나가면서 약간 보인다.  많은 사람들 중에 형이 보인다거나 KO패 당하니 상대 선수를 때려 준다고 하는걸 보면 말이다.   그리고 아빠가 치주염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릴 듣고 한결이가 형으로서 은결이의 손을 잡아주는 것을 보면 끈끈한 형제애가 살아난다는 느낌이 든다.  

욕심

길모퉁이 행운돼지 ㅣ 즐거운 책방 1
김종렬 지음, 김숙경 그림 / 다림 / 2006년 2월

읽다보니 ‘로또’가 생각난다.  한동안 붐이 일었던 ’로또‘. 번호만 맞으면 종이 한 장으로 몇 십억까지 받을 수 있는 복권. 누구나 당첨되는 행운이 오길 바라며 사지 않을까 싶다.  

조용한 진달래 마을에 어느 날 짙은 안개가 깔린다.  안개가 사라지자 돼지 조각상이 서 있고 ‘행운돼지’라는 간판이 걸리며 가게가 문을 연다.  행운돼지는  가게에 있는 물건은 무엇이든  공짜로 다 가질 수 있다고 광고를 낸다.  사람들은 줄을 서서 기다린다.  마침내 가게 문을 연날 서로 들어가겠다고 밀치는 가운데 딱 열사람 째에서 문이 닫힌다. 사람들이 가진 물건은  대단하다.  한번 다림질을 하면 구겨지지 않는 다리미,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있는 안경, 신비한 가위와 무슨 음식이든 최고급 요리로 만들어주는 신비한 냄비 등은 사람들에게 행운돼지에 들어가고 싶은 욕구를 가지게 한다.  그래서 하루에 딱 열 사람만 들어가는 가게 앞에 사람들은 밤을 세워가며 줄을 선다.  

주인공 부모도 행운돼지에서 물건을 갖기 위해 줄을 선다.  온통 행운돼지 생각뿐이다.     몇 날 몇 일 줄을 선 덕택에 가게에 들어가고  넣기만 하면 무엇이든 두개가 만들어지는 항아리를 얻는다. 엄마, 아빠는 살림도 회사도 뒷전인체 항아리로 물건을 두개씩 만드는 것에 여념이 없다.  왠지 불길하다는 느낌을 가진다.  

이제 진달래 마을은 조용한 곳이 아니다.  행운돼지에 대한 소문은 이웃마을까지 퍼지고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로 마을은 아수라장이다.  또 유괴범이나 도둑들이 생기게 되고 학교는 휴업령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마을이 점점 이상해진다.  지팡이를 짚고  넥타이를 매고 얘기하며 걷는 것은 돼지들이다.  거리가 온통 돼지 천지가 된 것이다.  엄마 아빠도 돼지로 변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다.  오히려 마을에 갑자기 돼지가 늘었다며 잡아다 양돈업자에게 판다.  이렇게 돼지로 변하는 모습은 오직 주인공의 눈에만 보일 뿐이다. 

안개가 다시 한번 자욱하게 낀 날 주인공은 돼지 조각상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따라가 본다. 돼지가 넘치는 거리를 흐뭇한 얼굴로 돌던 조각상은 다시 행운돼지로 들어가고 주인공도 따라 가게 된다. 행운돼지의 주인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갖으라고 한다.  두려움에 떨던 주인공은 사람들을, 엄마, 아빠를 원래대로 되돌려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러자 행운 돼지의 주인은 그 물건을 사용한 사람이 부셔야만 된다고 말한다.  “왜 이렇게 되였냐”는 말에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행운이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행운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요.   대부분 작은 행운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욱 큰 욕심을 부리고 맙니다.  욕심 때문에 자신이 점점 행운과 멀어지고 있다는 걸 까마득히 모르면서 말이지요. 제가 오기를 간절히 바란 건 사람들입니다.   마음속에서 자라는 욕심이 저를 불렀지요.”라고 대답하며 몇 일 뒤 짙은 안개와 함께 사라진다.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부모님께 항아리를 깨뜨리라고 부탁하지만 이미 돼지가 되어 버린 부모님은 결코 그것을 깨뜨리지 않는다.  그럴 기회를 만들지만 결코 깨뜨리지 않는다.  밖으로 나가면 양돈업자에게 끌려가기 때문에 아이는 목욕을 시키고 밥을 준다.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는다.  ‘작은 행운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욱 큰 욕심을 부리는 마음’.  살다보니 욕심이 점점 커진다.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면 되는 것을  만족하지 못하고 이왕이면 무엇이든 잘하는 아이로 자라길 바라며 욕심을 부린다. 집은 쉴 공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넓고 깨끗하고 살기도 편한집이 좋다고 생각한다.  연극, 영화, 여행등 문화적 혜택을 누리면서 생활하기를 원한다.   자꾸자꾸 커지는 나만을 위한 욕심을 조금씩 줄여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