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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임금 잔혹사 - 그들은 어떻게 조선의 왕이 되었는가
조민기 지음 / 책비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 “조선 임금 잔혹사” 표지에 있는 임금은 과연 누구일까? 궁금해 하면서 책을 들춰보았다. 물론 책 표지의 인물은 누구인지 책을 다 읽고 덮을 때까지 찾을 수 없었다. 원래 없는 것인지? 아니면 가상의 인물인지는 몰라도 그냥 느낌 상 표지의 임금은 ‘정조’가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난 이 책 등장인물 9명의 임금 중 가장 카리스마가 넘치는 임금을 정조로 꼽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른 여타 책들과는 좀 다르게 조선왕조사를 분류하였던 것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그럼 이 책이 분류한 부분들을 살펴보면, ‘왕으로 선택된 남자’,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왕으로 태어난 남자’, ‘왕이 되지 못한 남자’로 분류하여 총 9명의 임금과 3명의 세자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먼저 ‘왕으로 선택된 남자’에서는 ‘성종’에 대해 알아본 것이 가장 인상 깊었던 것 같다. 성종은 적장자와는 거리가 먼 왕위 계승 서열에서 3순위임에도 불구하고, 예종 다음으로 왕위에 오르는 특별한 케이스였다. 서열 3순위이고, 나이도 겨우 13살임에도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정치적 결탁으로 얻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희왕후의 수렴청정을 받으면서 당대 최고의 석학들이며, 신하들에게서 7년 동안 제왕수업을 들으며 학문과 함께 신하들과 충(忠)을 넘어 각별하고도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이끌었기에 수렴청정이 끝난 후 성종이 직접 친정을 할 때 그 어떤 왕보다도 왕권과 신권의 균형을 잘 맞췄던 것 같다. 때론 너무 현실과 타협하면서 적당주의로 갔던 것이 그 다음 임금인 연산군 때는 많은 어려움을 주기는 하였지만 어쨌든 성종의 시기에는 양쪽 균형을 잘 잡아 조선이라는 큰 배의 리더로서의 역할을 잘 하였던 것 같다.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에서는 ‘광해군’이 가장 인상 깊었었다. 아무래도 선조 때의 임진왜란과 인조 때의 정묘호란, 병자호란 사이의 임금으로서 그의 존재가 있었을 때와 없었을 때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기에 광해군에 대해 공부하면서 화가 날 때가 많았었다. 물론 광해군에 대해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바로 ‘선조’와 ‘인조’ 때문이다. 그들은 조선왕들 중에 가장 최악의 임금 이였기에 선조 때 조금이라도 빨리 임금이 되고, 인조반정 없이 조금만 더 길게 임금의 자리에 있었다면 어쩌면 우리의 역사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광해군 때가 가장 안타까움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왕으로 태어난 남자’에서는 단연 ‘정조’가 가장 인상 깊었었다. 얼마 전에 영화로 보았던 ‘역린’을 보고나서인지 몰라도 정조의 이미지가 책을 읽으면서 많이 그려질 수 있어 더 좋았었다. 정조는 조선 임금 중 가장 멋있는 임금으로 기억되고 있다. 왜냐면 그 어떤 왕들보다 험난한 역경을 통해 왕의 자리에 앉게 되었기 때문이다. 죄인의 아들은 임금이 될 수 없다는 논리를 들며 죽은 효장세자의 아들로 입적한 후 영조가 대리청정을 한 뒤 정조가 즉위 할 때 모든 대신들을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짐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이 말을 시작으로 자신의 시대를 열어나가면서 다재다능한 천재 군주의 카리스마 넘치는 개혁 정치를 펼쳐 나갔지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집중해서 쏟아내서인지 미처 꿈을 이루지 못한 체 생을 마감하게 되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마지막으로 ‘왕이 되지 못한 남자’에서는 ‘효명세자’가 가장 인상 깊었었다. 19세기를 접어들면서 조선의 정치는 세도정치와 수렴청정이 줄 곧 지배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효장세자가 조선의 유일한 희망처럼 많은 기대를 받게 되었다. 순조의 대리청정을 받으면서도 세자로서의 역할을 누구보다도 잘 수행하였고, 또한 성과도 좋아 조선 왕조의 마지막 등불처럼 여겨졌지만 끝내 젊은 나이로 짧은 생을 살았다는 것이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
보통 책을 다 읽고 덮을 때의 기분은 뿌듯함이 많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의 기분은 울적함, 착잡함, 멍멍함, 화남 등 가슴의 뭔지 모를 응어리들이 올라오는 듯하였다. 우리의 역사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은 한낱 지식을 쌓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가슴의 응어리들이 느껴지면서 힘써 우리의 역사를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며 앞으로 열심히 역사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