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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 - 제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9월
평점 :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19금”책인가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면 그녀가 바로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주인공 “홍도”임을 알게 되었다. 아마 책을 읽지 않고서는 왜 여자의 나체를 책 표지로 삼았을까 의구심을 품을 것이며, 또한 그 속내는 좀체 알기 힘들 것이다. 아무튼 책 제목과 책 표지만으로도 충분히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였기에 순식간에 책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사람 사는 세상에 저절로 우연인 것이 어디 있겠는가?」(p.381)
얼핏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연에서 시작하여 우연으로 끝나는 듯하다. 그러나 책 속의 주인공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어느 것 하나 우연은 없다고. 그 모든 게 우연인 것처럼 느껴지는 필연인 것을. 그러면서 장장 사백서른세 살을 살아온 주인공의 이야기를 역사의 발자취와 함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책은 사실과 허구의 절묘한 조합으로 이루어졌지만 정작 책을 읽어가다 보면 모두가 사실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흡입력이 강한 것 같다. 흡사 주인공 홍도가 아직도 우리들 곁에 머물러 있으면서 생활하는 것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러면서 나 또한 상상의 나래를 같이 펼쳐 본다. 만약 나도 홍도와 같은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그의 이야기를 받아들일까? 상상만 하여도 흥미롭지만 또한 야릇한 기분도 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우리 역사에 대해 다시 한 번 재조명해 볼 수 있는 기회와 함께 바쁜 일상 속에서 무뎌진 우리의 감성을 깨우기에 너무나도 좋은 책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의 독백을 함께 음미해 보면서 이 글을 마칠까 한다.
「세상은 변했습니다. 어찌 보면 변해야 하는 것이 세상인 듯도 싶습니다. 산도 강도 바다도 초목도 그곳에 깃들어 사는 뭇 짐승들도 모두들 변해왔으니 사람인들 어찌 변하지 않겠습니까? 말도 변하고 생각도 변하고 모양새도 변하고 참으로 많이도 변한 것이 사람입니다. 하지만 변하는 세상에서도 오롯이 이어지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인연이더군요. 산하고도, 강하고도, 바다하고도, 초목에 뭇짐승들하고도, 하물며 물건들하고도 이어지는 것이 인연입니다. 하니,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인연은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돌이켜보면 깔축없이 변하는 세상이 바람 모양으로 돌고 도는 것인지, 그리워하며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꼭 찾아오는 것이 인연인 것인지, 아니면 둘 다 맞는 것인지, 사백 년도 훨씬 지났지만 아직도 잘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세상에도 아버지가 계셨고, 정주가 있었고, 자치기가 있었으니…… 이제는 무엇이 어찌 될까요? 소리실 마당가 흐벅진 수수꽃다리 아래, 이리 구르고 저리 뒹굴며 늠름하게 뛰놀던 낮도깨비 자차기를 처음 보았던 그 순간 모양으로…… 세상에는 영영 그리워하는 자치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무엇이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참으로…….」(p.382~p.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