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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순례자
샤만 란보안 지음, 이주노 옮김 / 어문학사 / 2013년 12월
평점 :
「어둔 밤길은 멀고멀었고, 내 생각은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원래 귀향하여 정착했던 것은 나를 힘들게 하고 방황케 했던, 진심 어린 우의가 없는 도시생활과 인간미 없는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제 다시 나를 삶의 열에너지를 묶어버린 그곳으로 내쫓으려 하다니. 이건 정말 원치 않는 일이다. 아아․․․․․․」(p.253)
이 책 끝부분에 적혀 있는 내용이 가장 나의 마음에 와 닿는다.
“삶의 열에너지를 묶어버린 그곳”
바로 인간미 없는 도시생활로 나 또한 많이 지쳐 있다 보니 가슴 절절히 공감 가는 부분이다. 물론 나 또한 지방의 도시에서 자랐지만 이곳 수도권에서의 생활은 더욱더 인간미를 상실케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작은 소망은 전원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시골로의 귀향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처럼 다른 가족들 때문에 만약 전원생활을 하다 다시 도시로 복귀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정말이지 눈앞이 깜깜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다소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아마 익숙지 않은 대만이라는 환경과 바다에서의 환경을 잘 모르는 부분도 있었고, 내용 또한 내가 평소 접했던 부분과 좀 달라 어색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내 저자가 이야기하는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내용을 워낙 잘 표현 해 주어 어느새 저자의 공간과 환경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을 그릴 수 있게 되어 책을 읽어내려 가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었다. 아무튼 저자 자신의 종족인 야메이족이라 일컬어졌던 다우족에 대해 나름 깊이 있게 알아갈 수 있어 참 좋았다.
저자는 고향에 돌아와 나름대로 ‘야메이족 사나이’가 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끝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그를 인정해 주었지만, 생계 때문에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혀 다시 ‘한족화된 다우족’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내용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인 것 같아 왠지 모르게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하였다.
「“어쨌든 오늘 밤바다에서 죽을지라도 난 원망도, 후회도 없어. 결국은 집안 식구들이 날 저주했으니까.”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내 말이 끝났다. 사실 나는 벌써 서글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p.252)
가족들에게 이 말을 내 뱉으면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잠수를 하기 위해 떠나는 저자를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가장으로서의 무게감이 많이 느껴져 어쩜 더 마음 아팠던 것 같다.
어쩜 우리의 도시생활도 시간이 지나면서 생활형편이 더 나아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몸과 마음이 더 강퍅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어 이 책이 나에게는 좋은 나침반 역할이 되는 것 같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