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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방정환 평전 - 문화예술을 사랑한 어린이 인권운동가
민윤식 지음 / 스타북스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이를 어른보다 더 높게 대접하십시오“
“어린이를 결코 윽박지르지 마십시오”
“어린이의 생활을 항상 즐겁게 해 주십시오”
“어린이는 항상 칭찬해 가며 기르십시오”
“어린이의 몸을 자주 주의해 보십시오”
“어린이에게는 잡지를 자주 읽히십시오”
1922년 5월 1일 제1회 어린이날 선전문에서 ‘어린이날의 약속’의 소제목만을 적어 보았다. 90여년이 지난 지금의 어린이들에게 적용해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임을 알고 나니 방정환이 얼마나 어린이들의 수준에서 어린이들을 사랑하고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이 책 ‘소파 방정환 평전’을 읽기 전에는 방정환에 대해 아는 건 단순히 어린이를 위해 동화를 많이 지었고, 어린이날 제정을 한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만큼 방정환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젊은 날부터 고군분투 한 방정환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방정환, 이복원, 이중각, 유광렬 등 지도부 인사들은 차츰 바빠졌다. 청년구락부가 무엇부터 할 것인가 하는 의논은 끝났다. 모두들 독립운동의 깃발을 들자고 맹세했다. 한 번뿐인 인생이 아니더냐. 나이 많은 어른들에게 이 나라를 맡길 수 없다. 젊은이들이 몸과 마음을 바쳐 나서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모두들 그날이 머지않았음을 알았다. 그 순간을 위해서 청년구락부가 할 일은? 우선 기관지를 발행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고 그렇게 해서 탄생하게 되는 잡지가 바로 <신청년>이었다. 정환도 이제는 <신청년> 제1호에 발표한 시 <암야>의 구절처럼 ‘가을밤의 어두움’ 속이나 ‘점점 깊어 가는 침묵’ 속에 안주할 수는 없었다. 떨쳐 일어나 눈을 크게 떠야 한다. 백만 신도를 자랑하는 천도교 교주 사위가 아니냐. 그런 장인이 뒤를 봐주는데 무엇이 걱정이랴. 사위 방정환이 무엇을 하든 장인은 믿는다. 눈빛 하나만을 보고 딸을 선뜻 내준 분 아니야. 정환은 비록 체구는 작고 말랐지만 눈빛 하나는 형형하게 살아 있는 이제 갓 스물 살 청년이다.」(p.152)
방정환은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본인이 선택한 것은 바로 잡지 발행 이였던 것이다. 외아들로 태어나 집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고등학교를 선린상업학교에 들어갔지만 자신의 적성과는 너무나도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고, 졸업을 1년 앞두고 자퇴를 한 후 독서에 열중하며 본인의 재능과 적성을 찾아 가는 모습이 참 대단해 보였다.
보통 가난한 집안 사정을 알게 되면 본인의 재능과 적성에 맞지 않더라도 가족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희생할 때가 많은데, 방정환은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큰 결단과 함께 인생의 큰 그림들을 나름대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지 않고서는 선생님과 아버지의 만류를 뿌리치고 학교를 그만 두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독립운동을 위해 시작한 잡지 발행이 나중에는 미래의 꿈나무인 어린이들의 육성을 위해 어린이 잡지 발행과 함께 어린이날 행사를 진행하면서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불어 넣어 줌으로써 장차 이 나라의 미래를 준비하였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그는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많은 유산들로 인해 지금의 어린이들이 행복하게 잘 지내는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방정환의 재능과 적성, 열정, 사랑 등 잡지 중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었던 <어린이>지의 잘 될 수밖에는 없는 이유를 간단하게 살펴보면서 글을 맺을까 한다.
「공짜로 준다고 해도 고작 20명이 채 안되던 창간호 독자 수가 창간 6년 만에 10여 만 독자로 늘어나다니,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이 같은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도대체 <어린이>의 어떤 점이 이토록 독자에게 열광적인 환영을 받고 독자를 빠져들게 했을까? 이런 점들을 하나하나 살펴 나가는 동안 소파의 탁월한 기획력과 편집 감각, 추진력, 아이디어, 흥행사 뺨치는 안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언젠가 지식인들 사이에서 회자했던 단어 중에 ‘문화 게릴라’라는 말이 있었는데, 소파가 바로 천부적인 문화 게릴라였다는 찬탄을 하게 된다. 소파는 아이디어도 훌륭했지만 그 아이디어를 추진하는 행동력도 상당했다. 독자들에게 <어린이>지가 어필할 만한 것, 이를테면 무엇을 팔아야 하는지를 잘 알았던 것이다. 다시 요즘은 표현대로 한다면 ‘스타 마케팅’을 능숙하게 했다는 말이 된다. 스타는 어느 시기에도 대중이 좋아하는 최고의 상품이다. <어린이>에서 스타는 두말할 것도 없이 ‘방정환 자신’이었다. 마치 원맨쇼를 하는 듯한 그의 재능이 <어린이>지를 이끌고 독자들을 불러 모은 원동력이 된 셈이다.」(p3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