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담은 배 - 제129회 나오키상 수상작
무라야마 유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소설에 빠져 읽는 즐거움을 만끽했던 책이었다. 무라야마 유카라는 작가에 대해서 알지 못한 채로 그저 책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 속에 빠져서 책을 읽었다. 처음엔 그저 주인공들의 개인적인 이야기인줄로만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차츰 인물들의 연결고리가 보이자 새롭게 다가왔다. 첫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키라를 시작으로 하여 미키, 사에, 미쓰구, 사토미의 이야기가 쭉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아버지인 시게유키의 이야기로 소설은 끝난다. 집안의 어른이자 아버지인 시게유키와 그의 아들인 미쓰구와 아키라, 딸인 미키와 사에 그리고 손녀딸 사토미까지 3대의 가족사가 이 책 속에 펼쳐져 있다.

 

6명의 이야기들이 각각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미쓰구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던 십대와 이십대를 지나 현재는 모든 걸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쉰 고개를 넘은 남자. 그는 회사 여직원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자신이 그토록 싫어했던 아버지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어처구니가 없지만 별 수 없다.

 

회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집이 가까워질수록 그의 걸음은 무거워진다. 저만치 집의 불빛이 조그맣게 보인다. 불쑥 밀려오는 감정.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그는 혼자이고 싶다고 느꼈다. 애당초 왜 나는 그렇게 열심히 일했던 것일까? 대체 뭘 위해서 사나?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러다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 제대로 일어설 수도 없었던 저녁 무렵, 자신이 일군 밭에서 가을날의 저녁 햇살이 비스듬히 비치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불현 듯 질문의 대답이 보인 느낌을 받는다. 그 순간 뭘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살아 있다는 압도적인 실감을 원했었음을 깨닫는다.

 

어느 덧 여름이 끝나가고 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완행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깜빡 잠이 들었다가 내려야 할 역을 놓치고 말았다. 왜 이렇게 모든 것이 순조롭지 못한 것일까. 왜 나는, 나일까? 대체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젊었던 시절 본의 아니게 각목을 잡았고, 또 내 뜻과는 상관없이 회사에 취직하고, 그렇게 흐르고 흘러 이런 곳까지 온 나는, 앞으로도 그저 어딘가로 흘러 갈 수밖에 없는 것인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쓴웃음이 피식피식 터져 나온다. ‘, 어때어디로 가든, 어차피 선로 위. 언젠가는 원치 않아도 어느 역에든 도착하게 되어있다. 그저 맡기고 있으면 전철의 흔들림도 견딜 만하다는 것을 알았다.

 

인생길이란 캄캄한 밤을 달리는 기차를 탄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 또한 내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왜 나는 나인지 궁금하다. 하지만 이젠 미간의 주름을 펴고 미쓰구처럼 , 어때하며 기다려 볼까한다. 어차피 시작된 인생. 이렇게 흘러가다보면 언젠가는 어느 역이든 도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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