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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 난초를 닮은 서화가 ㅣ 어린이미술관 2
안성희 지음 / 나무숲 / 2000년 5월
평점 :
추사 김정희가 아니고, 난초를 닮은 서화가 김정희가 더 마음에 든다,궁궐에 가면 편액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인물이 김정희이다. 언젠가 운현궁에 갔을때 대원군의 스승이 김정희이고, 그에게서 난치는것을 사사받은 대원군이 난 그림에 조예가 깊었다는 사실에 놀란적이 있었다.
글을 그림처럼, 그림을 글처럼 그려낸 추사 김정희, 그의 삶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그의 강직한 인품은 글씨와 그림에 고스란이 담겨져있다.
여섯살때 입춘첩의 '입춘대길'의 입춘방이 박제가의 눈에 띄어 열네살때 공부를 배웠으며, 논어.맹자뿐만 아니라 그림과 건축.지리. 천문, 금석학등과 청나라 여행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대한 호기심, 넓은 세상으로의꿈을 키우게 된다.
이 책은 그림에 문외한이 나의 눈에 먹빛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을 보는법을 알게 해주었다. 나이탓일까? 이제는 화려한 색감의 그림보다는 은은한 운치가 있는 우리의 민화와 난 그림들이 전해주는 여유로움과 여백의 미가 더 많은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난초를 그리는것은 기르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먹을 정성껏 갈아서 먹물을 묻힌 붓을 종이에 눌러대고는 가느다란 잎을 한줄기 다그릴때까지 종이에서떼지않고 단숨에 그려내야 한다. 그러기에 더욱 마음을 집중해야 하는것이다.
그림에 담겨진 뜻을 알고나서 더 그림이 마음에 들었던 '세한도' 겨울이 온다음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푸르다는것을 안다 라는 글과 함께 초라하고 엉성한 집이 한채있고, 그 양쪽 옆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네 그루 서있는 그림, 스승과 제자사이의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북경에서 귀한 책을 구해서 두번식이나 김정희가 있는 먼 제주도까지 보내준 제자 이상적에 대한 고마움을 논어에 나오는 글귀를 빌어서 쓴 글이라고 한다. 추운겨울에도 그 푸르름을 잃지 않고 변함없이 서 있는 소나무와 잣나무의 같이 사람의 우정이나 의리도 변하지 않음을 닮고 있는 세한도는 길이가 10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세한도를 보고 감동한 조선과 중국의 학자가 김정희의 그림에 저마다 느낀점을 써놓았기 때문이라니, 박물관에 가서 꼭 한번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나무숲에서 나온 어린이미술관 시리즈는 예술가의 삶과 그림을 보는 즐거움까지 전해주는 믿음이가는 출판사이기에, 시리즈의 인물들을 모두 만나고픈 욕심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