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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ㅣ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41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박형규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3년 8월
평점 :
중급한국어에서 주인공이 강연을 진행하며 분위기를 띄우기위해 이 책을 언급했고,
거기서 '불륜', '쓰레기'라고 조롱하기 바빴다가 "정말 쓰레기라고 생각하냐"는 한 청중의 질문에 얼어붙었던 장면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난 이책을 중립적으로 읽어보겠노라 다짐하며 읽었다.
7편의 단편작들 모두 주인공은 있으나 영웅은 없었다.
인간의 가장 치졸하고, 나약하고, 순수하기도 갇혀있기도 한 감정의 본질들이 너무 잘 드러났다. 이 당시 러시아는 혁명기를 거치는 중이었고, '일'의 가치를 높이는 계몽운동도 일고 있었다. 바쁘게 변해가는 사회속에서 인간의 나약하고 갈대같은 마음을 진심으로 보듬어주는 이가 없었다. 연민도 아부도 사랑도... 감추고 싶어 감추는 것이 아닌데, 이 사회는 그런 사람들까지는 찾아주지 않는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인듯 하다.
밭일을 하던 옛날도, 공부만 하던 나때도, 미디어속에 갇혀사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사람의 어두운 깊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여기의 단편소설에는 끝이 불분명하다. 얼버무리는 결말이 아닌, 생각이 필요한 순간임에 틀림없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될것인가.
어떤 이야기를 쓰고싶은가.
무엇을 전하고 싶은가.
우리 아이들에겐 '어떻게 살아라'고 알려줘야 할까.
그냥 지금 이순간 웃게 하는것이 다가 아닌걸까.
'불륜'을 두고 감히 '사랑'이라 말할까, '욕심'이라 할까.
약간은 고구마같은, 하지만 나도 겪어봤을 이야기.
인간의 본질을 경험할수 있었던 책이었다.
(후반부에 이해를 돕는 부록이 있어 작품이해에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