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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인 - 성해나 기담집
성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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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일부 가제본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단, 기담집이라고 해서 지레 겁먹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공포영화는 [장화, 홍련]이다. 다행히 귀신이 나오지는 않는다고 했다. 용기 내어본다. 무더운 여름이고, 성해나니까.

가제본으로 3편의 이야기를 먼저 볼 수 있었다. 출간이 기다려진다. 나머지 이야기들이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읽은 성해나 작가 작품 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인비인⌟


무릇 사람이란 자신의 열등을 인정하는 대신 남을 제멋대로 깎아내리는 존재 아니겠습니까.
. 13p

죄를 낳았군.
. 20p

하기야 그것은 팔다리 없이 입만 트인, 비루한 덩어리일 뿐이었으니까요. 어찌 되었든 그날 저는 간만에 단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희디흰 오얏꽃이 하늘에서 팔랑팔랑 떨어지는 기분 좋은 꿈까지 꾸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26p


| 표제작이자, 내가 가장 재밌게 읽은 작품이다. 이야기는 장례식장에 찾아온 낯선 노인이 남긴 편지에서 시작된다. 편지 속에는 전쟁 시기 하얼빈에서 생체 실험과 관련된 연구를 목격하고, 눈과 귀, 팔과 다리가 없는 덩어리 '가타마리'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숨겨야 마땅한 진실을 고백하는 그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어떻게 구분하고, 인간성을 무엇이라 정의할 것인지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과연 누가 사람이고, 누가 사람이 아닌가. 외형만으로 인간이라 부르기 어려운 존재를 덩어리라 칭하며, 생명을 도구처럼 다루는 것도 모자라 책임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비인간적이라 느껴졌다. 인비인이라는 제목이 인간성의 경계를 끊임없이 흔드는 질문 같았는데, 물론 내 답은 내려졌다.



⌜윤회 (당한) 자들⌟

그래요, 샤오잉. 괜찮아요.
맞아요! 스팸 더 드릴까요? 아니면 당면?
착한 건지 멍청한 건지. 나보다 더 불쌍한 애들이 나를 위로하는 걸 듣고 있자니 기가 찼지만, 그래도 계속 듣고 있으니 위안은 안되어도 해소는 되었다. 이상한 신념을 굳게 믿는 걸 깨면 그럭저럭 평범한 애들이었다. 나만큼 힘들고 나 정도로 지치고 나처럼 외로운 애들. 영상의 몇 부분을 크롭했다.
괜찮아요.
그래요, 샤오잉. 괜찮아요.
괜찮아요, 샤오잉.
그 밤 내내 그것을 돌려 들었다.
. 170p

샤오잉, 그대도 보세요. 자미르의 발심이 우리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는지 말입니다.
중학생 말처럼 다들 흐드러진 꽃이나 비가 갠 뒤 뜬 무지개를 보듯 감탄에 젖은 눈으로 굳어가는 시체를 바라보고만 있다. 낙서하는 여자는 울기까지 한다. 부러워, 부러워. 중얼대며. 다들 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지만 사실 나도 제정신이 아니긴 마찬가지다. 이 광경을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카메라······ 카메라 어딨지? 였으니까.
. 178p


| 다큐멘터리계의 유망주로 불리던 주인공이 작품의 소재를 찾던 중, 우연히 전생을 기억하며 '윤회를 당한' 사람들이 모인다는 비밀 모임에 잡입하여 일어난 이야기가 담겼다. 사이비 집단처럼 보이는 이 모임에서 계속 이야기되는 것들은 거짓과 믿음, 삶과 죽음, 전생과 현생과 같이 대비되면서도 결국 연결된 것들이었다.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카메라를 찾고, 이 사람들이 미쳤다고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이걸 소재로 삼을 생각을 한다. 윤회라는 소재로 이런 이야기를 담아내다니.



⌜아미고⌟


맥없이 쓰러진 로봇에게 서둘러 달려갔다. 로봇을 일으켜 세울 때, 그것이 내 귓가에 또박또박 속삭였다.
저 얼굴들을 잘 기억해둬요. 그리울지도 모르잖아요.

저들은 모르겠지만, 당신은 무사할 거예요, 아미고
. 231p

얼굴만 남은 로봇과 눈이 마주친다. 그것은 뚝뚝 끊기는 합성음을 내며 더듬더듬 말한다.
당신은…… 무사할 거 야, 아미고.
. 244p

나는 이 삶에 익숙해져 있다. 미끈하고 잡음 없는 삶.
적어도 이곳에 있을 때 나는 평온하다. 하지만…… 알렉사에게 묻는다.
알렉사 너도 무섭니?
알렉사가 악센트 없이 건조하게 답한다.
저는 괜찮습니다.
. 246p


| 주인공은 아침에 일어나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를 통해 스케줄을 전달받고, 자동 주행하는 우버를 타고 촬영장으로 간다. 휴머노이드 로봇 야키마 H1은 스턴트맨을 직업으로 가진 주인공의 스턴트의 역할을 한다.
이야기는 인간과 기계의 역할, 생명의 가치, 그리고 서로를 대하는 태도를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그려낸다. 스마트 면도기가 아닌 이중 날 면도기를 쓰며 '클래식은 위대하니까'라고 말하는 나와, 궐련 담배를 말아피며 '난 정통이 좋더라고'라고 말하는 감독은 결국 필요한 순간에는 기꺼이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도움을 받고 이용한다. 이 이야기를 읽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곳엔 인간이 몇이나 될까.'

__


제목인 인비인은 책에 실린 단편의 제목 그러니까 표제작이기도 하지만, 제공받은 3가지 이야기를 모두 아우르는 제목이기도 했다. 포털에 '인비인'을 검색하면 나무위키는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의 모습을 했지만 사람이 아닌 것.'
세 편의 이야기 모두에서 사람과 사람이 아닌 것의 경계가 분명하고 또 모호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읽은 사람들은 알 수 있다. 물리적으로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과, 독자가 읽으면서 '사람도 아니다'라고 느끼는 것의 대상은 분명 다를 것이다.


박정민 대표님이 그러셨지.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 그럼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본다. 책이 어떻게 지루하나. 성해나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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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 오늘의 젊은 작가 54
박서영 지음 / 민음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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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속에는 배신과 상실, 질투 그리고 사랑까지 많은 것들이 있는데 나는 자꾸 인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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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 오늘의 젊은 작가 54
박서영 지음 / 민음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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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다나는 친구의 별명이다. 그래서 사실 얼마간은 읽고 친구를 놀릴 단서 하나 발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또 그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아무튼 나는 그 기대와 마음은 고이 접었다. 이건 선물하고 싶은 책이 아니다. 내 돈 주고 사서 읽고 싶은 책이지.


다나섬에서 발견된 인간을 닮은 짐승 다나. 인간은 그 동물을 데리고 와 동물원에 전시한다. 여지없이. 다 자란 성체가 초등학생 정도의 키인 것과, 목부분의 털을 제외하고는 인간의 모습과 거의 유사하다는 그 짐승을, 짐승이라는 이유로 어딘가에 전시할 수 있다는 건 어떤 근거로 가능한 것일까. 소설적 허용이라기엔 실제로 같은 일이 있더라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더 무섭고 불쾌했다.
여하튼 주인공 별이는 짐승인 다나가 낳은 인간이다. 반인반수라는 말이 적당하지는 않지만 달리 다른 말을 찾기도 어렵다. 책의 소개를 빌리자면 이종의 존재라는 말 정도. 별이는 짐승에게서 태어나 인간에게 길러졌다.

별이는 말한다.
[나는 지금부터 가장 사람다운 방식으로 죽일 것이다. 무엇을? 산을 좀먹는 짐승 한 마리를.]
사람다운 방식이 무엇인가에 대해 골몰하게 된다. 인간의 양면성을 사실적이고 또 은근하게, 그래서 더 잔인하게 드러내는 이 소설은 신선한 소재를 너무나 인간다운 방식으로 풀어낸다.

이 소설 속에는 배신과 상실, 질투 그리고 사랑까지 많은 것들이 있는데 나는 자꾸 인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스토리의 흥미로움과 별개로 박서영 작가의 수사도 정말 좋았다. 그래서 다른 작품을 읽어보려 찾아 봤는데, 이게 첫 출간이라니.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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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 결심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두번째 선택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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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도서제공

항상 마음 한 켠에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으로 신작 책 소개가 눈길을 끌었다. 판사의 법복을 벗고 드라마 작가로 전업한 뒤 그의 두 번째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저자는 판사에서 전업 작가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다. 보지는 않았어도, <미스 함무라비>라는 드라마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다. 어쩌다가 글을 쓰고, 또 그걸 드라마로 만들 수 있었을까. 그 속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 장에서는 법원에서 법관으로 지내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칫 정치적 색을 띠는 책인가 싶어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런 책을 지양하는 편이라서. 하지만 읽다 보니 알 수 있었다. 그저 솔직한 글이었다. 두 번째 짱에서는 작가의 삶을 시작하며 겪게 된 좌절, 권태로움, 경제적 상황까지 여과 없이 보여준다. 당신이 개인주의자라고 재차 강조하는 거 치곤, 세상에 귀 기울이고, 또 정의로운 모습이 인상적이기도 했다. 더하여 요즘 사회,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인사이트가 내가 생각하는 바와 많이 닿아있어서 여러 번 공감했다.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도 깊은 통찰을 글로 풀어내는 걸 보고, 이런 사람이 글을 쓰는구나, 생각하게 했다.
꼭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안정된 직장에서 새로운 직업, 꿈에 대해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 모두가 읽어볼 만한 이야기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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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이 무섭다. 말은 퇴고 과정이 없다. 글과 달라서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 부담이 가슴 한구석에서 나를 짓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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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일이다. 나는 누구에게 말을 걸고 싶은 것인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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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란 사실 실체가 없는 무수히 다양한 개개인의 집합체일 뿐이다. 그리고 다수는 대체로 말이 없다.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적극적이고 반복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소수가 과대 대표되어 착시현상이 생길 때가 많다. 작가 역시 어리석은 한 명의 인간인 건 마찬가지기에 결코 오만과 독선에 빠져서는 안되고 세상을 향해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들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지금 세상에는 너무나 신호가 많아서 신호와 소음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것이 창작자를 더 힘들게 만든다. 어떻 게 보면 대중문화 콘텐츠 창작자가 겪는 고민은 대중 정치인이 겪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 문화 역시 일종의 정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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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춤을 추세요
이서수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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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익은 이름의 작가님인데, 이번 소설집을 통해 처음 접해봤다. 직장 생활과 가족, 친구 등 우리의 일상과 아주 밀접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더욱 공감하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고, 특이하게 소설집의 제목인 < 그래도 춤을 추세요 >는 < 춤음 영원하다 >에서 나오는 대사 중 하나다. 춤으로 묶을 수 있는 8편인가, 생각해보면 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럴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
작가님 성별 특성상 여성의 서사를 다양하게 풀어내는데, 그 중 < 이어 달리기 >와 <AKA 신숙자 >, < 춤은 영원하다 >까지 딸과 엄마라는 공통된 등장인물이 나온다. 물론 각각 다른 인물이긴 하나, 모녀라는 중복된 인간 관계를 가지고 이렇게 서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꽤 인상 깊었다. 보통 그 결이 비슷해지거나, 어떤 포인트에서 기시감이 느껴진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서 좋았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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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그럴 때 없었어? 일하다 도망치고 싶었을 때.
있었지.
그럴 때 어떻게 했어?
…네 생각 하면서 참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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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어떤 춤을 추나요. 아저씨가 몸을 흔들 때 세상도 같이 움직인다는 거 아세요. 모르세요. 나는 열일곱 살에 이미 알았는데, 그걸 알아도 인생이 바뀌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춤을 추세요. 그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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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부터 시작된 피로감이 아직도 안 사라졌어. 인간은 달걀을 찜이나 프라이로 만들어 먹는 데서 만족하지 못하고,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고심하는 존재라는 게 슬퍼.
미리야, 책 쓰는 게 많이 힘드니?
가난이 너무 무거워. 이젠 예전처럼 그걸로 농담도 못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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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랑은 너무 커서 무섭고, 어떤 사랑은 작아서 무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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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잘 챙겨 드시는지, 하루에 한 번은 집을 나서는지, 안부를 주고받는 사람이 그곳에 있는지. 없다면 꼭 만들어야 해요. 선생님. 사람은 혼자 있으면 안 돼요. 생각이 한군데로 고이거든요. 흐름이 없는 물웅덩이처럼, 그것도 작디 작은 물웅덩이처럼 고인 채로 가만히 썩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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