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미학 산책 - 한시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탐구한 우리 시대의 명저, 완결개정판
정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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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의 아름다움과 진중함을 처음으로 가르쳐준 책.
학생시절에 배우던 한시에서 느껴지던 시구의 유쾌함을 좋아하던 때가 있었으나 특별히 마을을 빼앗기지는 않고 살아왔는데 우연히 집어든 '한시미학산책'이라는 책을 통해 내가 알던 것은 한시의 일각에도 못미치는 것이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한시가 무엇이며 어떻게 읽어야 하는 지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것을 모조리 배울 수 있다. 주옥같은 한시를 접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현대시라든가 외국어 시보다도 압축적이고도 재미있는 표햔들을 많이 찾을 수도 있는것이 한시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고전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져버려 더 탐구해보려 한다.

한시의 매력이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지은이의 유려한 글쓰기와 감동스런 해석, 옛 시인의 빛나는 사유, 넘쳐 흐르는 삶의 통찰 등이 독자들의 눈과 귀를 붙들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에 십분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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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거래사 - 산골에서 부르는 행복의 노래
박찬득.배동분 지음 / 라이프맵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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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소박하면서도 땀냄세나는 귀거래사가 이전에 본 적 있는 <이타카 에코빌리지>라던가 야마키시즘 운동에 관한 글에서 느꼈던 평화로운 감동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누구도 가지 읺는 길을 간다는 것은 그저 현실을 떠나버리고 마는 정도의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변화와 자아의 자각을 위한 또 한 번의 고된 싸움, 도전이라고 생각된다.
귀농도 성공적 귀농이 있을 것이고 실패하는 귀농이라는 것도 있을 터이다. 소소함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진정 나와 세상의 나가야 할 길에 대하여 질문하고 깨닫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진짜 주인이 되어 자연과 호흡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slow life' 를 간접 체험해 보는 것만으로도 내 일상도 함께 slow를 지향하게 되는 경험이 즐겁다.
그만큼 저자의 경험담이 생생하고 감각적으로 잘 드러나고 있다.
급하지 않으면서도 열정적이고 차분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삶을 본받고자 한다.

또한 흥미로우면서도 알찬 몇가지 정보들도 얻을 수 있어 상당히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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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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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읽고싶었던 제임스 설터의 단편 10개를 브레이크 없이 달려 책 한 권을 관통할 수 있었다.
전투기 조종사로 군생활을 하던 남자의 밀도가득하고 묵직한 문장하나하나가 일상에 대해 이쪽저쪽으로 고민해 볼 수 있게 한다.
10가지 단편이 한가지 감정과 고찰로 이끄는 일 없이 아무 방향으로나 생각을 던져버리는데 그때마다 머리를 끄덕이며 주인공의 탐닉에 몰입할 수 있다.
인간의 욕망과 상실, 혼란과 고뇌에 대하여 고민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답변만 마음속에 남아버리지만 그래도 좋을, 항상 품어야할 의문의 두께를 키운 것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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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
헤르타 뮐러 지음, 윤시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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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하의 루마니아 초상
광대한 카르파티아 산맥과 도나우강에 둘러쌓인 나라 루마니아.
헤르타 뮐러가 그린 80년대 말의 독재권력속 루마니아 모습은 잠시만 들여다봐도 그 혼탁함에 힘이 빠져버리고 만다.
부패하고 곰팡이가 슨 것은 축축하다고 한다. 흐릿하게 흩뿌려진 수증기가 시야를 항상 방해하고 있는것만 같은 이 작품속 세계는 무언가 편하지 않는 습함의 느낌을 독서내내 느끼게 하고 마는데 쉽게 숨쉬기 불편하게 하는 것들이 항상 목 안에 존재하고 있다고 느끼는 등장인물의 감각을 공유해 볼 수 있게 한다.
차우셰스쿠 독재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의 이미지는 어두운 밤이 어둠으로 자루를 하나씩 기워나가고, 누군가의 잘려진 검은 머리칼이 자루에 꽉꽉 밟아눌려 쌓여들어가 자신만큼의 무게를 가득 채우게 될 때까지 힘겹게 버티다 하나 둘 사라져 가는 곳이다.
이 세계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을까.
뮐러는 이들의 일상 하나하나를 담담히 서술해 보여주는 증언자의 역할을 자청한다. 때로는 살갗이 바짝 붙어 닿을정도로 밀착해서, 때로는 까마귀와 나방, 또는 호랑무늬 고양이의 눈으로 멀찌감치 떨아져서...

원하는 것은 사는 것
독재자 '앞곱슬머리'의 엉키고 엉킨 검은 머리칼뭉치만큼이나 헤어나기 어려운 삶의 터널을 걷고 있는 이들은 그저 삶을 하루하루 견딘다.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린 먹을 빵도 없어"라고 외치는 목소리에는 삶의 부재와 존재가 병치되어 있다. 그 싸움속에서 그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사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찾기 힘들다.
이러한 피압재자의 잿빛 삶의 풍경에 대비되어야 할 압재자의 삶을 살펴보자면, 또한 조금도 채색되어져 있지 않고 회색빛 자체이다. 해바라기 씨앗을 까먹는 이들은 시간을 견딘다. 깊숙히 뒤적일 가방을 기다리는 경비원의 손과 더듬거릴 여자의 몸을 기다리는 권위적 인간들의 손은 고기를 기다리는 낚시꾼의 눈과 샤워실에서 훔쳐볼 남자의 나체를 기다리는 여자노동자의 눈과 닯았다.
모든 것들이 어김없이 무언가에 의해 가려져 빛과 그림자로 분리되었다가 또 섞이고 마는 모호한 도시외곽의 풍경은 그것이 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일치한다.

불안과 상처의 내면화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서는 모든 장소에 설치된 텔레스크린에 의해 행동과 대화를 감시하는 빅브라더가 등장한다. 유사한 역할을 담당하는 독재자의 사진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그 속의 카다란 검은 동공은 반짝이는 모든 것을 담아내려 한다. 반짝이는 많은 것들은 그 핍박의 시간을 지나는 동안 각종 오물이 덧잎혀지고 쓸쓸히 퇴색된다. 지도와 통제를 받으며, 통제를 거부하는 모든 행위에 대하여 처벌이 가해지는 세계에서는 그럴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존재하지 않을 듯 하다는 사실이 힘겹게 느껴진다.
등뼈에 접골된 지게에 불안을 지고사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방법은 항상 잠을 자는 것뿐이고 그러면서 현실이 내면화되고 권력적 상황속으로 편입되고 만다. 교육과 처벌을 통한 길들이기 작업의 결과인데 이는 푸코가 <감시와 처벌>에서 경고한 바 있다. 길들여진 불안의 내면화는 사마귀가 옮아가듯 서로 옮아져 닮아있고 모두들 옹이 진 손가락과 발가락을 가지고 삽을 꼭 쥔 채 살아간다. 감각은 무뎌져 모든 소음들에 큰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것 같음을 느끼면서...
모든 것이 드러내지고 보여지는 사회적 약자, 병자의 군상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통해 알레고리컬하게 묘사되는데 이들은 매일같이 병원뒤 깊숙한 숲속을 쌍안경으로 관찰하는 일을 일상으로 삼으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으러한다.

희망으로 가는 길
소설의 말미에서 결국 독재정권체제는 종식되어진다. 그렇다고 각자의 보금자리가 가지는 표상이 쉽게 변화하지는 않는 듯하다. 영욕을 넘어 희망으로 가는 길은 또다른 싸움이고 투쟁이다. 자신을 돌러싼 모든 것에 동화되고 적응하고 마는 인간이 새롭게 시작되는 변화를 맞이하는 데는 어떤 큰 계기가 시발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그것을 넘어서려는 인간의 의지가 더 절실하다.
20여년 전의 차우셰스쿠 루마니아 독재정권은 분명 지나간 일이고 해결돤 과거이다. 그러나 때때로 자유를 억압하곤 하는 통제의 수단들이 갖는 문제들은 역시 현재진행중이다. 사회가 점점 발달하고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철저하게 관리되어지면서 각종 편의와 합리성을 찾게 된다. 그러나 컴퓨터로 기록되는 각종 데이터베이스, CCTV, 신용결제 등등의 것들에 의해서 스스로를 거대한 권력에 밀어넣고 있다는 자각은 무의식 중 어딘가 모를 불편함을 안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스스로 변화하고 발전하기 위해 항상 깨어있는 의식을 가지고 순간순간을 살아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으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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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나 2010-10-15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해하기 어려운 책인것 같은데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
헤르타 뮐러 지음, 윤시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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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하의 루마니아 초상

광대한 카르파티아 산맥과 도나우강에 둘러쌓인 나라 루마니아.
헤르타 뮐러가 그린 80년대 말의 독재권력속 루마니아 모습은 잠시만 들여다봐도 그 혼탁함에 힘이 빠져버리고 만다.
부패하고 곰팡이가 슨 것은 축축하다고 한다. 흐릿하게 흩뿌려진 수증기가 시야를 항상 방해하고 있는것만 같은 이 작품속 세계는 무언가 편하지 않는 습함의 느낌을 독서내내 느끼게 하고 마는데 쉽게 숨쉬기 불편하게 하는 것들이 항상 목 안에 존재하고 있다고 느끼는 등장인물의 감각을 공유해 볼 수 있게 한다.
차우셰스쿠 독재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의 이미지는 어두운 밤이 어둠으로 자루를 하나씩 기워나가고, 누군가의 잘려진 검은 머리칼이 자루에 꽉꽉 밟아눌려 쌓여들어가 자신만큼의 무게를 가득 채우게 될 때까지 힘겹게 버티다 하나 둘 사라져 가는 곳이다.
이 세계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을까.
뮐러는 이들의 일상 하나하나를 담담히 서술해 보여주는 증언자의 역할을 자청한다. 때로는 살갗이 바짝 붙어 닿을정도로 밀착해서, 때로는 까마귀와 나방, 또는 호랑무늬 고양이의 눈으로 멀찌감치 떨아져서...


원하는 것은 사는 것

독재자 '앞곱슬머리'의 엉키고 엉킨 검은 머리칼뭉치만큼이나 헤어나기 어려운 삶의 터널을 걷고 있는 이들은 그저 삶을 하루하루 견딘다.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린 먹을 빵도 없어"라고 외치는 목소리에는 삶의 부재와 존재가 병치되어 있다. 그 싸움속에서 그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사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찾기 힘들다.
이러한 피압재자의 잿빛 삶의 풍경에 대비되어야 할 압재자의 삶을 살펴보자면, 또한 조금도 채색되어져 있지 않고 회색빛 자체이다. 해바라기 씨앗을 까먹는 이들은 시간을 견딘다. 깊숙히 뒤적일 가방을 기다리는 경비원의 손과 더듬거릴 여자의 몸을 기다리는 권위적 인간들의 손은 고기를 기다리는 낚시꾼의 눈과 샤워실에서 훔쳐볼 남자의 나체를 기다리는 여자노동자의 눈과 닯았다.
모든 것들이 어김없이 무언가에 의해 가려져 빛과 그림자로 분리되었다가 또 섞이고 마는 모호한 도시외곽의 풍경은 그것이 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일치한다.


불안과 상처의 내면화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서는 모든 장소에 설치된 텔레스크린에 의해 행동과 대화를 감시하는 빅브라더가 등장한다. 유사한 역할을 담당하는 독재자의 사진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그 속의 카다란 검은 동공은 반짝이는 모든 것을 담아내려 한다. 반짝이는 많은 것들은 그 핍박의 시간을 지나는 동안 각종 오물이 덧잎혀지고 쓸쓸히 퇴색된다. 지도와 통제를 받으며, 통제를 거부하는 모든 행위에 대하여 처벌이 가해지는 세계에서는 그럴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존재하지 않을 듯 하다는 사실이 힘겹게 느껴진다.
등뼈에 접골된 지게에 불안을 지고사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방법은 항상 잠을 자는 것뿐이고 그러면서 현실이 내면화되고 권력적 상황속으로 편입되고 만다. 교육과 처벌을 통한 길들이기 작업의 결과인데 이는 푸코가 <감시와 처벌>에서 경고한 바 있다. 길들여진 불안의 내면화는 사마귀가 옮아가듯 서로 옮아져 닮아있고 모두들 옹이 진 손가락과 발가락을 가지고 삽을 꼭 쥔 채 살아간다. 감각은 무뎌져 모든 소음들에 큰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것 같음을 느끼면서...
모든 것이 드러내지고 보여지는 사회적 약자, 병자의 군상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통해 알레고리컬하게 묘사되는데 이들은 매일같이 병원뒤 깊숙한 숲속을 쌍안경으로 관찰하는 일을 일상으로 삼으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으러한다.


희망으로 가는 길

소설의 말미에서 결국 독재정권체제는 종식되어진다. 그렇다고 각자의 보금자리가 가지는 표상이 쉽게 변화하지는 않는 듯하다. 영욕을 넘어 희망으로 가는 길은 또다른 싸움이고 투쟁이다. 자신을 돌러싼 모든 것에 동화되고 적응하고 마는 인간이 새롭게 시작되는 변화를 맞이하는 데는 어떤 큰 계기가 시발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그것을 넘어서려는 인간의 의지가 더 절실하다.
20여년 전의 차우셰스쿠 루마니아 독재정권은 분명 지나간 일이고 해결돤 과거이다. 그러나 때때로 자유를 억압하곤 하는 통제의 수단들이 갖는 문제들은 역시 현재진행중이다. 사회가 점점 발달하고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철저하게 관리되어지면서 각종 편의와 합리성을 찾게 된다. 그러나 컴퓨터로 기록되는 각종 데이터베이스, CCTV, 신용결제 등등의 것들에 의해서 스스로를 거대한 권력에 밀어넣고 있다는 자각은 무의식 중 어딘가 모를 불편함을 안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스스로 변화하고 발전하기 위해 항상 깨어있는 의식을 가지고 순간순간을 살아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으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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