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을 그린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제인 로고이스카.패트릭 베이드 지음, 오승희 옮김 / 한경arte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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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는 우리에게 황금빛의 '키스'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의 그림들이 전부 키스 같은 건 아니다. 오히려 자유분방한 묘사와 일상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 성의식을 보여주는 화풍 때문에 평론가나 대중으로부터 수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통 예술을 하는 예술가들의 입장에서도 그의 그림은 탐탁치 않았고 '예술'이라는 것을 하는 데 제약이 걸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그는 뜻이 맞는 예술가들과 함께 '분리파'를 시작함으로써 그들만의 개성 넘치는 작품을 시대적 장르로써 존중받도록 만든다. 


그는 장식 예술의 대가로써 캔버스의 어떤 여백이라도 의미없이 놔두지 않았다. 그의 방식은 에곤 실레가 제자로 있었을 때 기본기로써 가르치기도 했고 향후 실레가 장식 예술 기반의 작품을 만드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장식예술에 빠진 시기의 그의 작품들은 놀라울 정도로 화려하고 마치 빛이 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그의 작품도 에곤 실레처럼 성적인 의미를 담아내기도 했지만, 그의 시선은 모델이 연기하는 감정을 최대한으로 보여주려고 했고 분홍, 파랑, 나아가 황금색까지 장식적인 색감을 활용함으로써 그림의 다채로움을 더했다. 대신 그는 남성보다는 여성 묘사에 더 집중했다. 


주변에 지인이 많거나 본인 스스로를 대중에 노출시켰던 예술가들은 생애에 대해 상세하고 사실에 가까운 회상, 회고 등이 쏟아져 나오는데, 클림트는 개인적인 부분을 거의 오픈하지 않아 모든 모델과 관계하는 호색한이라는 평가와 집에만 박혀있는 은둔형 예술가라는 증언이 동시에 나온다고 한다. 무엇이 진실인지 우리가 알 길은 없지만, 작품의 양도 많고 대작들도 다수 존재하는 것을 보면 은둔형 예술가에 조금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클림트 하면 장식적인 인물화를 떠올리지만, 그는 고대 그리스 신화나 이집트, 일본 미술에서도 영감을 얻고 다양한 화풍을 가졌으며 풍경화를 멋지게 그려내기도 했다. 그의 예술이 얼마나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내년 3월 3일까지 진행되는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전시회에서 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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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그린 화가, 에곤 실레
에스터 셀스던.지넷 츠빙겐베르거 지음, 이상미 옮김 / 한경arte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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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점의 작품으로만 알고 있던 에곤 실레의 예술관과 진짜 모습, 그의 가족과 스승, 몸담았던 분야까지 알아갈 수 있었다. 에곤 실레의 유년기 형성된 불안정한 가족관계와 성의식, 급변하는 가정의 재정상황 등 여러 가지의 배경이 되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절망하거나 노동 계층으로 들어갔겠지만 그림에 재능이 있었던 에곤 실레는 미술 아카데미에 합격하고 '키스' 작품으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눈에 들어 그의 제자로써 장식적인 미술의 세계로 들어가고 이후 자신의 스타일을 정립한 이후에도 클림트에게서 배운 것들을 잘 활용한다.


그는 뒤틀린 표정이나 실핏줄까지 보이는 사실적인 피부 등, 오늘날 우리가 가장 많이 보는 그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에로시즘의 경계를 넘나들며, 모델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가혹할 정도의 표현을 해낸다. 예술가로써 억압받는 것을 극도로 용납하지 못했던 그는 풍기문란 등 혐의로 몇 주 정도 옥살이를 하게 되지만 그 기간을 순교자적인 행위로 인식한다. 결과적으로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가가 되었기 때문에 이 점은 현대의 대중들에게는 부각되지 않지만, 예술을 억압하지 못하게 하면서도 협의되지 않은 예술활동에서 상대가 존중받을 권리는 억압한 그의 이중적인 태도는 별로 지지해주고 싶지 않다.  


실레는 예술에만 집중하는 듯 하면서도 신분상승을 위해 본래의 연인 발리와 헤어지고 중산층 가정의 에디트와 결혼하는데, 에디트와의 결혼 이후 마음의 안정을 찾고 그의 날카롭거나 어두웠던 화풍이 조금 느슨해지는 걸 보면 예술가의 세계는 혼자만의 머릿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받아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음이 느껴진다. 에디트와의 결혼 이후 실레와의 교류를 완전히 끊고 전쟁터로 나간 발리는 당시 여성에 대한 선입견을 깨버리는 파격적인 행보라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그는 주변의 그의 지지자와 후원자들의 지원을 받고 그들을 위한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는데 정말 개성적이고 독특하다.


실레의 작품은 인간의 가장 어두운 내면, 때로는 스스로의 내면과 의욕이 떨어져 나간 신체, 삶을 내려놓은 사람들, 자신의 불안정함과 고뇌가 반영된 풍경화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내년 3월 3일까지 진행되는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전시회를 통해 스케치부터 대형 유화, 밑그림도 없이 휙휙 그려내기도 했던 그의 천재적인 표현력을 담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19세기 말 비엔나 분리파 예술가들의 작품과 그 특징을 문화사적 흐름으로 조명하며, 에곤 실레를 비롯한 여러 비엔나 작가들의 작품들도 함께 전시된다. 책을 읽고 전시를 보면 좀더 풍성하게 그의 예술관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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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윤성희 외 지음, 강미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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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상영되는 영화만을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개인사는 영화에 근접하다. 특히 사연이 많고 타인에게 삶의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은 사람일수록 그 정도가 더해지는 것 같다. 개인의 감정은 언제나 역동적으로 변화하며 때로는 철학적이기도 하다. 10대 시절 혼자 다닌다는 사실에 아무 생각이 없었다가 다른 이가 갑자기 동정하자 큰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 원치 않은 학창시절 기억을 억지로 끄집어내자 망각했던 현재보다 더 불행해지는 것 등. 어쩌면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은 아무 생각 없이 부유하다가, 괜한 오지랖이나 악한 외부 요인이 들이닥쳤을 때 활성화 되는 마법구슬 같다는 생각이 든다. 

파리의 이웃과 이어가는 로맨스 이야기도 잔잔한 감동이 있었다. 노년의 끝자락에 다다를수록 있던 친구는 사라지고 새로운 친구는 사귀기 힘들어지며, 연애는 더더욱 힘들다. 주재원인 남자를 따라 할머니와 함께 파리로 이주한 아이들이 겪는 변화보다, 이웃집의 할아버지 집에서 피아노를 치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에게 힐링이 되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더욱 따스하고 로맨스에 가까워 보인다. 각설탕을 입에 물고 소소한 놀이를 하는 이들. 비록 사전으로 단어 위주의 소통을 하는 게 전부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 언어가 달라도 서로 통하는 삶, 그래서 그들이 귀국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 내가 더 아쉬워졌는지도 모른다. 

모든 단편에는 만남과 이별이 있다. 좋은 만남이었을 수도, 나쁜 만남이었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시간은 어쨌든 흘러 계속 만날지 작별할지 선택을 하는 순간이 다가온다는 것이다. 때로는 내가 선택할 겨를도 없이 작별로 결말이 맺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끝은 아닐 것이다. 다시 새로운 사건의 시작을 통해 어떤 전환점을 맞게 되고 그렇게 또 다른 작별을 향해 달려간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단편 모음인데, 처음에는 우울한 내용들도 많고 주인공 연령대 범위가 커서 한번에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전반적인 흐름을 보면 결국 청소년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일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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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창비교육 성장소설 13
보린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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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큐브와 같은 기묘한 공간에 갇혀 1년간 실종 상태가 되었던 연우의 이야기. 인간의 시간으로 1년이 지나는동안 외계의 감시자들은 연우의 무엇을 관찰하려고 한 것일까? 스스로도 제정신이 아닐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괴로워하지만, 자신을 다잡아주는 그날의 흔적 젤리곰의 효력을 연구하며 더 큰 상처가 있는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어하는 헌신적인 면모도 보인다. 큐브라는 존재가 이 스토리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건 불안감이었던것 같다. 큐브에 갇혀있는 동안 친구들은 계속 수업을 듣고 근처에서 놀지만, 연우는 그들을 결코 잡을 수 없다. 그 때 묘사되는 심리에 이입된다. 사실 큐브, 큐브를 보낸 주체가 명확치 않다보니 자연스러운 스토리의 흐름이나 떡밥, 개연성 측면에서 조금은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 나이 대의 고민과 불안감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읽으면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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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루나파크 일력 (스프링) - 매일매일 심력 충전
루나(홍인혜)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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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파크의 본체 홍인혜 작가님의 에세이, 시, 만화 등 스토리를 즐겨 보아왔던 한 사람으로써 이번 일력을 통해 매일매일 루나파크표 명언과 힘을 주는 한 마디를 볼 수 있어서 즐겁다. 하루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마음의 힘을 키워주는 ‘심력 충전’ 일력이라니 컨셉이 너무 좋다.


일러스트 덕후로서 루나파크 미공개 일러스트가 373개나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고 서일페에서나 판매할 법한 주7일 무사기원 부적 포토카드 7종이 함께 들어있어서 더 귀엽다. 정성스럽게 만든 4컷만화 스티커와 손편지까지 있어서 받는 입장에서는 더 행복하게 느껴진다.


벌써 11월이라 연말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챙겨주고 싶은 사람에게 따뜻한 새해 선물로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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