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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소설 ㅣ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윤성희 외 지음, 강미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4년 11월
평점 :
우리는 상영되는 영화만을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개인사는 영화에 근접하다. 특히 사연이 많고 타인에게 삶의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은 사람일수록 그 정도가 더해지는 것 같다. 개인의 감정은 언제나 역동적으로 변화하며 때로는 철학적이기도 하다. 10대 시절 혼자 다닌다는 사실에 아무 생각이 없었다가 다른 이가 갑자기 동정하자 큰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 원치 않은 학창시절 기억을 억지로 끄집어내자 망각했던 현재보다 더 불행해지는 것 등. 어쩌면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은 아무 생각 없이 부유하다가, 괜한 오지랖이나 악한 외부 요인이 들이닥쳤을 때 활성화 되는 마법구슬 같다는 생각이 든다.
파리의 이웃과 이어가는 로맨스 이야기도 잔잔한 감동이 있었다. 노년의 끝자락에 다다를수록 있던 친구는 사라지고 새로운 친구는 사귀기 힘들어지며, 연애는 더더욱 힘들다. 주재원인 남자를 따라 할머니와 함께 파리로 이주한 아이들이 겪는 변화보다, 이웃집의 할아버지 집에서 피아노를 치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에게 힐링이 되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더욱 따스하고 로맨스에 가까워 보인다. 각설탕을 입에 물고 소소한 놀이를 하는 이들. 비록 사전으로 단어 위주의 소통을 하는 게 전부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 언어가 달라도 서로 통하는 삶, 그래서 그들이 귀국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 내가 더 아쉬워졌는지도 모른다.
모든 단편에는 만남과 이별이 있다. 좋은 만남이었을 수도, 나쁜 만남이었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시간은 어쨌든 흘러 계속 만날지 작별할지 선택을 하는 순간이 다가온다는 것이다. 때로는 내가 선택할 겨를도 없이 작별로 결말이 맺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끝은 아닐 것이다. 다시 새로운 사건의 시작을 통해 어떤 전환점을 맞게 되고 그렇게 또 다른 작별을 향해 달려간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단편 모음인데, 처음에는 우울한 내용들도 많고 주인공 연령대 범위가 커서 한번에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전반적인 흐름을 보면 결국 청소년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일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